[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생활가전기업 쿠첸이 ‘2세 경영’을 본격화 한 이후 회사가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이대희 대표 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본격 2세 경영 개막…지주사 전환 체재 구축

쿠첸은 지난 2014년 강태융 리빙사업부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본격적으로 이대희 대표이사 체제로 돌입했다.

창업주 이동건 리홈쿠첸 회장의 장남이자 회사 지분 18.3%를 보유하고 있던 이대희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주사 전환 움직임도 빠르게 이뤄졌다.

리홈쿠첸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리빙 사업부를 떼어 쿠첸으로 분리했으며, 기존 법인 리홈쿠첸은 지주회사인 부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부방은 자회사의 총괄 관리를 맡고, 쿠첸은 분할 전 리빙사업부문을 담당, 전기밥솥 및 전기레인지 사업에 주력하도록 했다.

각 사업부의 책임경영체계를 확립, 경영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핵심사업부인 리빙사업부를 독립시키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 2세인 이대희 대표의 부방 지분율을 18.3%에서 30.4%로 늘어났다.

▶소송패소부터 잇단 사고까지…이대희 리더십 ‘의문부호’

문제는 이대희 대표 체재 이후 그의 지위가 흔들리 만한 악재들이 연이어 돌출 중이라는 점이다.

최근 쿠첸은 연이은 밥솥 발화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2014년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원인으로 자사 밥솥이 지목되면서 소비자와 소송전으로 비화됐는데 지난 8월 법원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화재 조사과정에서 전기밥솥의 연결 전선 부위에 불에 탄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에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제조사가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해 화재가 났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해당 사건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회복되기도 전에 올해 또 한 번의 화재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며 이대희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사측은 현재 문제가 제품을 회수해 정밀 검사를 진행 중에 있다.

경쟁사 쿠쿠전자와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됐던 특허 분쟁에서 진 점도 뼈 아프다.

소송의 대상이 된 압력밥솥 제작 기술은 내솥 뚜껑이 분리된 상태에서 동작이 이뤄지지 않게 하는 안전 기술로 분리형 커버를 쓰는 전기압력밥솥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이에 대해 쿠쿠전자는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쿠첸 측은 일반적 기술에 해당하고 세부 작동방식이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쿠쿠전자의 독점적인 특허라는 점을 최종적으로 인정받으며 쿠첸의 패배로 끝이 났다.

그간 소송에서 당연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지난해 신제품 ‘미작’ 출시에도 해당 특허를 사용했던 이대희 대표는 단단히 체면을 구겼을 뿐만 아니라 이후 회사는 중국 시장 진출에도 타격을 받았다.

최근 부진한 실적도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을 의심케 하는 요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첸은 지난해 2분기 4,7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1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실적과 관련해 쿠첸 관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은 경기 침체 및 정치ㆍ경제적 악화된 시장 속에서도 전체매출이 약 13% 성장함과 동시에 전기밥솥 매출이 1~2분기 대비 성장 반전에 성공한 것”이라며 “영업이익 부문은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등 마케팅 비용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매출 확대를 위한 투자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15년 9월 재상장 이후 3만 원 대였던 쿠첸의 주가는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려 현재는 1만 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역량 분산과 후발주자들의 가세로 치열해진 시장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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