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칼럼] 누구나 알고 아무나 하는 인문학 <10>

1. 성인들은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마가복음 10:25)는 성경 구절을 우리는 무수히 들어왔습니다. 이런 영향인지 부자로 살고 싶은 자신의 욕망이 너무 세속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해 남몰래 부끄러워하기도 합니다. 또 우리는 ‘청빈낙도’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유교의 영향 때문에 돈에 대한 애착을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억척스럽고 돈에 대한 열망이 엄청 강하면서도….

그렇다면 세계 역사상 최고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와 석가 그리고 예수는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그 분들이 오늘날 재림한다면 부자가 되기를 열망하고 꿈꾸는 우리를 보고 어떤 말을 할까요. 사실 그 분들이 돈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유추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경과 불경, 논어 등에 그들의 마음이 나타나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제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혹은 거대한 부를 소유한 제자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살펴보면 그분들의 속내가 대강은 나옵니다. 겁 먹지 마세요. 그들은 부자가 되고 싶은 여러분의 욕망을 절대 질책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존경해마지 않는 세계의 성인들과 돈 많은 그들의 제자를 공부하면서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돈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기회를 갖습니다. 제1편에서는 공자와 자공에 대해서 제2편에서는 석가와 수달, 예수와 니고데모, 제3편에서는 뉴턴과 핼리의 일화 등을 살피면서 개인의 재능과 돈, 사회적 공헌과 돈 등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겠습니다.

 

2.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 탁월한 언변과 천재적 상술의 거부(巨富)

세계 역사상 최고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역사책이 있습니다. 『사기(史記)』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마천(BC 145- BC 86)입니다. 역사책인 이 책에 화식열전(貨殖列傳)이라는 다소 독특한 부분이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번 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화(貨)는 재물이고 식(殖)은 이윤추구 입니다. 열전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화식열전은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의 이야기가 됩니다.

사마천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의 사람인데 황제와 제후들에 관한 역사서를 편찬하면서 부자들의 이야기를 특별히 넣었습니다. 군주가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던 2,000년전의 봉건주의 시대에, 역사서를 편찬한 서생이 경제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부자들의 이야기를 넣었으니 매우 혁신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100년전만 해도 선비가 돈을 얘기하면 부끄러운 일이었으니까요. 중국의 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기와 함께 중국 역사서의 쌍벽을 이루는 『한서(漢書)』의 저자 반고는 “사마천이 화식열전을 씀으로서 후세의 사람들이 권세와 이익을 숭상하고 가난하고 천한 것을 수치로 여기게 됐다”며 사마천을 평가절하 했습니다.

어쨌든 사마천은 부자에 대해서도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시기와 질투를 하고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며 1,000배 부자면 그 사람의 일을 대신 해주며 10,000배 부자면 그 사람의 노예가 되고 싶어한다.”

당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합니까? 사마천은 부자가 되는 3단계 방법론도 제시합니다.

제1단계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을 때는 몸으로 노력한다(無財作力)

제2단계 그렇게 해서 조금 모이면 머리를 써서 재테크를 한다(少有鬪智)

제3단계 자본이 축적되면 시류의 흐름을 타는 투자를 한다(旣饒爭時)

이런 말도 합니다.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돈의 주인은 항상 같지 않다(富無經業則貨無常主).”

가난하다고 늘 가난한 것이 아니고 부자라고 자자손손 부자가 아니니 각 개인이 각고의 노력과 분발을 통해 누구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공자의 돈 많은 제자 자공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사마천은 사기(史記)의 화식열전에서 자공을 이렇게 평합니다.

"자공은 공자에게 배운 후 위나라로 가서 벼슬을 하고 조나라와 노나라를 오가며 물자를 다뤄 큰 재산을 모아 부자가 됐다. 공자의 제자 중 원헌 같은 이는 비지와 쌀겨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뒷골목에서 쓸쓸히 살고 있었는데 자공은 사두마차를 타고 많은 측근들을 거느리며 제후들과 교제했고 여러 왕들도 그가 나타나면 몸소 뜰로 내려와 예를 행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널리 퍼진 것은 그가 공자의 앞과 뒤에서 지원한 덕분이었다. 이것야말로 '세력을 얻으면 그 이름이 더욱 높아진다.'는 경우가 아니겠는가?"

子贛旣學於仲尼, 退而仕於衛, 廢著鬻財於曹魯之閒, 七十子之徒, 賜最爲饒益. 原憲不厭糟穅, 匿於窮巷. 子貢結駟連騎, 束帛之幣以聘享諸侯, 所至, 國君無不分庭與之抗禮. 夫使孔子名布揚於天下者, 子貢先後之也. 此所謂得埶而益彰者乎?

사마천은 공자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공자의 문중이 세를 얻은 것은 공자의 학문적 성취도 있겠지만 자공의 재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자공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자공은 당시 각 제후국의 물류 유통체계를 훤히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했던 당대 최고의 국제 비즈니스맨이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언변과 장사 수완으로 천만금을 모았습니다. 모나지 않은 성격, 화려한 언변, 그리고 국제관계의 핵심을 꿰뚫는 외교적 안목까지 겸비해 노나라 조정의 대부들 사이에서 "자공이 스승인 중니(공자의 이름)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자신을 낮출 줄도 알아 공자를 해와 달에 비교하며 스승을 헐뜯는 이들은 식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합니다.

공자는 인의로써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제후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던 춘추전국시대에 공자의 주장은 몽상가의 한낱 푸념에 불과할 뿐 어떤 위정자에게도 환영 받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세상 사람들이 공자를 상갓집 개로 비유했겠습니까.

상갓집 개 취급을 받던 공자가 제자들과 14년간 주유철환(수레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님)을 하게 된 배경은 역시 든든한 자공의 돈이었습니다. 공자 사후 6년 상을 치룬 것도 그였고 공자학당의 3,000명의 제자를 길러내고 논어를 편찬해낸 원천도 자공의 부입니다. 그는 인성도 따뜻해 제사에 바쳐지는 양이 가엾다며 그 예법을 없애자고 주장하다 공자에게 혼나기도 합니다.(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 - 너는 그 양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나는 그 예(禮)를 사랑한다.)

그러면 자공은 스승 공자에 대해 밑지는 장사만 했을까요. 자공도 남는 것이 있었습니다. 자공은 공자에게 캐딜락(수레)을 제공하고 각국의 유력인사들을 만날 기회와 비용을 대면서, 인의를 숭상하는 공자의 고매한 인격의 이미지를 자신의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사업에 십분 활용했습니다. 공자를 내세움으로써 자신이 약삭 빠른 무도한 장사치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알고 높은 학문적 성취도 이룬 소위 '인문적 교양을 갖춘 지식인'의 행세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는 공자마케팅으로 글로벌 비즈니스계의 총아(寵兒, 시운을 타고 입신해 출세한 사람)로 존경과 명성을 얻었고, 그것을 더 큰 부를 창출하는 동력으로 삼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윈윈 혹은 상생했습니다.

공자는 재기발랄한 이런 자공에 대해 항상 말을 조심하고 행동을 침착하게 할 것을 경고하면서도 수많은 제자 중 안회와 함께 그를 가장 아꼈습니다. 자공이 부자라고 그를 경원하거나 그의 부를 폄훼하지 않았습니다. 공자는 청빈낙도(淸貧樂道)를 강조했지만 돈을 경멸하거나 멀리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후계자로 여기던 안회의 가난에 늘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물을 모으는 것에는 반대했습니다. “의롭지 않게 부귀해지는 것은 뜬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나라에 도가 있는데도 가난하고 천한 것은 부끄러움이며 나라에 도가 없는데 부유하고 고귀한 것도 부끄러움”이라고도 했습니다.

공자와 자공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시사점은 천하의 성인이라도 재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뜻을 펼치기 쉽지 않다는 것과 아무리 뛰어난 장사수완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투자해야 거부로 성장할 수 있고 그 부도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후자는 오늘날의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의무)에 대한 교훈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오늘날의 거대한 부자는 시장경제 체제 하의 이름 없는 대중이 부를 몰아준 결과물입니다. 사회가 부를 만들어 위탁한 것이므로 그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은 반드시 사회공동체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 정신이 ‘노블레스 오블리제’입니다. 사회공동체의 발전을 외면하는 부자는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가난합니다.

제 2편에서는 석가모니의 돈 많은 제자 수달(Sudatta), 예수와 니고데모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저자 윤성호

인문학 대중화를 통해 사회공헌을 추구하는 인문학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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