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중국의 압박이 거세다. 화장품, 유통, 항공 등 거의 전분야에 걸쳐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탄핵과 대선이 맞물린 국내 정세 속에서 위기를 타개할 강력한 리더십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때문에 국민과 기업들은 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2위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갈 판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지만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하면서 인수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

반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참여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입장은 확고하다. 박삼구 회장 개인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이기 때문에 컨소시엄도 반드시 개인자격으로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적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지자 이를 살리기 위해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나섰다.

대한항공, 한진칼 등 계열사를 포함해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위해 2조2,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지원에 나섰다. 조양호 회장도 사재 4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채권단은 한진그룹에 7,000억 원의 최종 요구안을 제시했고 한진그룹은 5,600억 원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부족한 1,400억 원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결국 40년 역사의 국내 1위, 세계 7위의 국적 해운사는 파산하게 됐다.

기업의 경영 실패로 인한 구조조정에 국민의 혈세를 무한정 투입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때문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데 있어 원칙을 가지고 운용하겠다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부의 태도는 분명 타당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어떤가.

지난 2015년 10월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천문학적인 규모 자금 지원에 나서며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지난달 23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자금 2조9,000억 원, 출자전환 1조6,000억 원을 지원키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파산 시 국가적인 피해가 59조 원에 달해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시중은행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무담보채권 약 7,000억 원의 80% 규모인 5,600억 원을 출자전환을 하도록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연금을 찾아가 채무 재조정안에 동의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채무재조정 대상 회사채 3,887억 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안에 동의할 경우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이토록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선 '이 곳'이 금호아시아나그룹, 한진해운에 대해 대쪽같은 원칙을 고수했던 '그 곳'이 맞는지 진정 의심스럽다.

또 대우조선해양 파산시 피해가 커 지원해야한다는 주장은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공적 자금 투입과 채무재조정을 통해 급한 불은 끄겠지만 수주 실적을 보면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기는 계속된다.

게다가 이번 지원으로 시중은행과 국민연금에 충격이 전해진다. 이는 또 우리 경제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또 다른 폭탄을 키우는 꼴이다.

심지에 붙은 불을 껐다고 해서 폭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 다시 불이 붙을지 모르는 대형 폭탄을 안은 채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 환경을 헤쳐나가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어수선한 정국과 더불어 금융당국까지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 우리 경제의 혼란이 가중된다.

금융당국은 더욱 분명하고 일관된 기준을 확립해 공적자금이 적재적소에 사용돼 우리 경제에 윤활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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