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브랜드 '미샤', 로드숍 화장품 전성시대 열어, 직설화법 유명…최근 지분양도, 최대주주 교체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고 그만큼 많은 리더들이 존재한다.

애플의 설립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여전히 최고의 리더이자 CEO로 꼽히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편의와 영감을 주고 있으며, 특히 그가 프레젠테이션, 대학교 졸업식 축사 등에서 남긴 말들은 명언, 어록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반면, 리더의 자리에서도 잘못된 언행으로 물의를 빚고, 영원히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리더들의 말에서 신념과 사상을 배우기도 하며, 때로는 반드시 필요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컨슈머치는 리더들의 말과 그들에 대한 제 3자의 평가들을 바탕으로 그들을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2000년대 중저가 화장품으로 ‘브랜드숍’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한 에이블씨엔씨의 주인이 바뀐다.

1세대 브랜드 로드숍 '미샤'를 탄생시킨 에이블씨엔씨 서영필 회장은 보유주식 431만3,730주를 투자회사 비너스원에 양도,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17년만에 에이블씨엔씨의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는 서 회장은 화장품 업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 출처=에이블씨엔씨 홈페이지

평범한 월급쟁이 출신으로 그는 생활용품업체 피죤 중앙연구소에서 4년 여간 화장품을 연구던 중에 인터넷 글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화장품을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 회장은 화장품을 ‘사치품’이 아닌 ‘생활용품’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바탕으로 ‘3,300원 화장품’ 미샤를 출범시킨 후 10여 년 만에 국내 중저가 화장품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시켰다.

‘화장품 신화’, ‘3,300원 신화’, ‘샐러리맨 신화’, ‘브랜드숍 신화’ 등 그를 지칭할 때는 곧잘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거품을 뺀 합리적 가격으로 브랜드숍 열풍을 불러온 주인공이자 중저가 화장품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신화적 인물로 평가 받는 서영필 회장. 그런 그를 수식하는 또 다른 별칭이 있다. 바로 ‘독설가’, ‘스나이퍼’, ‘직설화법의 달인’ 등이다.

어째서 일까?

▶“미샤가 잘 했다기 보단 더페이스샵이 못해서”

평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여과 없는 직설화법을 날리기로 유명한 서영필 회장은 지난 2012년 경쟁사를 다소 자극할 수 있는 글을 써 논란을 낳기도 했다.

더페이스샵에 밀려 브랜드숍 2위로 전락한지 7년 만에 미샤가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호실적을 발표한 날 서 회장은 "올챙이끼리 키자랑 ㅋㅋ. 미샤가 잘 했다기 보단 페이스샵이 못해서 얻게 된 반사 이익 정도. 더페이스샵 매장숫자는 미샤의 두배…"라는 소회를 밝혔다.

당시 서 회장의 도발(?)에 LG생활건강 측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한 회사의 대표가 직접적인 표현으로 경쟁사를 자극하는 말을 하는 것은 업계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일부 드러내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아모레퍼시픽과 업계 2강 구축하겠다”

이후에도 서 회장은 경쟁사 LG생활건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기자들을 모아놓고 회사의 새로운 청사진으로 제시하는 자리에서 조차 대놓고 LG생활건강을 꺾고 아모레퍼시픽과 양강구도를 펼치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 에이블씨엔씨 서영필 회장

2013년 2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 회장은 “어차피 시장은 두 마리 말이 이끈다. 5년 뒤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고 화장품 업계 2강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최고 품질과 고객서비스로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음료부문을 제외한 화장품부문을 넘어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샤는 브랜드숍 업계 최초로 매출 4,500억 원을 돌파해 2년 연속 더페이스샵을 꺾고 화장품 브랜드숍 1위를 수성할 만큼 승승장구 중이었다. 하지만 화장품 부문에서만 1조5,0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LG생활건강과 비교하면 기업 규모 면에서는 분명 비교선상에 놓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업계 2강이 반드시 매출을 기준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출로 따라잡기에는 버거울 수 있지만 제품력과 소비자 관계 등의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2위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에게 협박전화 받았다”

서 회장은 지난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님께'라는 의미심장한 서두의 글을 공개했다. 이 역시 그의 SNS를 통해서다.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였던 정 대표에게 서울 메트로와의 독점 계약 포기를 종용하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2008년 미샤는 공개 입찰을 통해 메트로 내 60여 개의 매장을 낙찰받았다. 매장을 낙찰 받은 후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동일 역내에 동일 업종이 입점해서는 안 된다는 추가 협의를 이끌어냈고 이것은 절대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어느 날 정운호 대표에게 직접 전화가 와 이 문제에 대해 마치 협박하듯이 이야기 했다”며 “심지어 미샤가 그 부분만 풀어주면 네이처리퍼블릭과 미샤가 둘이서 다 해먹을 수 있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오히려 “서 대표의 행동은 기업 CEO로서 상도의에 걸맞지 않는 처신"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서 회장은 다시 자신의 SNS를 통해 “협박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는 글을 재차 올리며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이후 악연은 이어져 3년 뒤인 2015년 미샤는 결국 네이처리퍼블릭과의 경쟁에서 밀려 지하철 매장에서 짐을 챙기게 된다.

“주식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실적으로 보여줄 것”

▲ 출처=서영필 회장 페이스북

지난 2013년 서 회장은 에이블씨엔씨의 주가가 폭락하자 그의 SNS를 통해 불안해 하는 주주들에게 사과와 함께 위로하는 말을 전했다.

브랜드숍 사이에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할인경쟁이 번지면서 그 후유증으로 많은 화장품 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겪던 때였다. 당시 미샤는 5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실적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도 반토막이 났다.

그는 “주가에 대해서 울분을 토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어찌 답답하지 않을 수 있고, 죄송한 마음 없을 수 있겠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서 회장은 “이런 말을 하면 무슨 소릴 듣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주식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니 대응도 단순하다. 실적”이라면서 “앞으로도 내가 주가를 대하는 자세는 이와 같을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2017년 1조 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에이블씨엔씨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038억 원이다. 내년 1조 원 매출을 달성시키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미샤, 지금은 그냥 그런 화장품 브랜드”

그의 독설은 경쟁사뿐 아니라 본인의 회사를 향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명 ‘셀프 독설’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초 서 회장은 자신의 SNS에 미샤의 비교 마케팅 전략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자조적인 심경을 드러낸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서 회장은 “미샤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 꿈은 꽤나 창대했다. 화장품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었으니깐. 그때 그 꿈이 어떻게 희석되고 왜곡되고 변질돼 왔는지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그런 화장품 브랜드, 그것도 저가 로드샵을 지칭하는 브랜스샵의 하나일 뿐”이라고 자사 정책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 회장이 이 같은 심경을 토로한 것은 한 동안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침체 화장품업계 입지가 점점 퇴보하고 있는 미샤의 전략에 대한 한계와 회의를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 남들과 다른 ‘질 좋고 합리적 가격’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브랜드숍 업계 1위를 지속해왔으나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후발업체에 밀려 왕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며 이제는 히트상품의 부재로 업계에서 입지마저 점차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1,2위를 다투던 더페이스샵과 격차가 벌어진 지 오래며, 새로운 강자 이니스프리는 물론 무섭게 성장한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을 상대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누구처럼 횡령이니 배임이니 하는 그 따위 짓 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서 회장은 에이블씨엔씨의 정기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횡령 혐의가 있다는 일부 추측성 기사가 보도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 회장은 “지금 에이블씨엔씨는 정기 세무 조사 중이다. 내가 횡령의 혐의가 있다는 일부 기사도 있었다는데 웃긴다. 그래서 웃는다”며 “성실히 조사 받을 생각이다. 돈을 벌면 세금 내야 하는 건 당연한데 누구들처럼 횡령이나 배임 따위 하지 않는다. 더럽게”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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