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오르기만 하던 치킨 값이 한시적이지만 내려가기 시작했다. 

치킨업계의 이 이례적인 움직임은 뭘까.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이 두려운 걸까.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가격인상을 단행했던 치킨 프랜차이즈의 움직임이 석연치 않다. BBQ를 대상으로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KFC에 이어 치킨 값 올릴 예정이던 교촌치킨이 느닷없이 입장을 번복하고 나선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교촌치킨은 이달 말 치킨 전 제품의 가격을 6~7% 인상하겠다고 공표했으나 돌연, 취소했다.

이유는 ‘상생’이다.

앞서 교촌치킨은 인건비, 임차료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광고비 절약’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교촌치킨에 따르면 이달 하반기 계획된 광고비를 30% 축소하고 점진적으로 절감해나간다. 계획된 광고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광고비만 적게 써도 치킨 값 인상은 피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상생을 이유로 들기는 했지만, 이는 가격 인상 발표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비춰진다.

그래서인지 교촌치킨의 가격인상 철회 소식은 기쁘게만 들리지 않는다.

소비자의 부정적 여론과 가맹점주에 대한 우려가 악화되는 시점에서도 막지 못했던 인상 계획이 무엇 때문인지 ‘상생’을 목표로 꺾였다.

시점이 시점인 만큼 공정위가 BBQ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이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BBQ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착수된 후에야 치킨업계의 가격 인상 정책이 맥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공정위 칼끝을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은 아닌지 의심해 볼만한 상황이다. 만에 하나라도 공정위의 눈치에 따른 것이라면 상생이라는 명분도 우스워지는 것이다.

또 다른 치킨전문점인 또봉이치킨은 업계 최초로 ‘일시적 가격 인하’를 깜짝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어 bhc와 호식이치킨도 이에 동참했다.

또봉이치킨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호식이치킨은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bhc는 양계 농가를 위해 가격인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가맹점과 가맹본부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자세라는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하에서 진정성이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양계농가가 2만 원 치킨에 대한 불매운동 의사를 밝히고, 일부 소비자들도 2만 원 치킨은 사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리는 다르다’라는 보여주기 식 마케팅의 일환은 아닌지 말이다.

분명, 치킨 값 인하는 좋은 의도였겠지만 너도, 나도 ‘할인’을 홍보하는 모습에서 이들이 말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는 찾기 힘들다.

그저 ‘반짝 마케팅’을 노리는 치킨업계의 또 하나의 전략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소비자의 외면도, 가맹점주와의 상생도, 양계농가의 외침도 사실 치킨 가격 조정에 중요한 역을 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각 업체들의 실리와 이익을 위한 발 빠른 처세술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치킨 업계의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격 인상이 진정 명분이 있었던 것이라면 이렇게 쉽게 계획을 철회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불신에서부터 해소되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때마다 회사 입맛에 맞게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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