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담금 부담 축소 자구책 마련 촉구…농협생명 측 "구체적인 내용 없어"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NH농협생명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고 있는 ‘명칭사용료’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공시를 통해 농협생명(대표 서기봉)에 대해 경영유의사항 2건, 개선사항 20건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우선 농협생명은 금감원으로부터 명칭사용료(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축소를 위한 자구책 마련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회사의 당기순이익 및 RBC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도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명칭사용료 규모가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해 자본적정성 제고에 부담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것.

▲ NH농협생명 분기별 지급여력비율

명칭사용료는 농협협동조합법에 의거, 농협의 고유 목적사업인 농업인 지원을 위해 지주의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매 분기 초에 납부하는 분담금을 뜻한다. 금액은 최근 3년 간 매출액 평균을 기준으로 최대 2.5% 범위 내에서 책정된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생명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명칭사용료는 2014년 288억 원, 2015년 302억4,400만 원, 지난해 496억2,600만 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반면 지난해 농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545억4,300만 원으로 전년도 1,676억1,700만 원에 비해 7.8% 하락했다.

또한 농협생명의 경우 명칭사용료 부과율이 NH농협은행과 동일 기준인 2.45%로 적용되고 있는데 반해 농협손보는 0.3%만 부과돼 매년 10억 원 정도의 명칭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농협생명의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늘어나는 명칭사용료가 업체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기순이익 및 RBC비율 등 회사의 경영상황을 감안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명칭사용료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농협생명이 실시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재무영향 분석결과에 따르면 준비금 예상 부족액 증가로 RBC비율이 크게 하락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RBC비율 하락에 대한 구체적인 자본확충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3월 기준 206.74를 기록했던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올해 3월 기준 185.94로 떨어진 상황이다.

오는 2021년부터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서 보험사들은 늘어날 보험부채를 대비해 준비금을 추가로 쌓고 적정 기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도 늘려야 한다.

농협생명 한 관계자는 “경영유의 조치를 받게 되면 5~6개월 안에 자구책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돼 있으며, 개선사항은 3개월 내로 알고 있다"며 "우리 측 담당부서에서도 이미 명칭사용료 부담 축소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IFRS17 도입을 대비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던 상황이라 이미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계열사 마다 명칭사용료 부과율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익에 따라 등급을 나눠 적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향후 등급 기준을 바꾸거나 부과율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농협의 특성상 해당 부문이 모두 농협·농촌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은 맞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금융당국에 설명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해당 금액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갈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NH농협생명은 금감원으로부터 ▲이사회 운영실적 평가지표 ▲보험료 산출 최적가정 관리 ▲상품개발 승인 업무 ▲브리핑영업에 따른 불완전판매 예방 ▲콜․TM센터 구축 등 데이터 이관 관리 ▲ IT부문 내규관리 ▲전산자료 유출 방지대책 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상품개발 시 민원․보험사기 영향평가 반영 ▲간편심사보험 상품판매 및 인수심사 ▲투자한도 변경 승인 관련 내부통제가 불합리 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총 20건의 개선사항에 대해 제제조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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