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험료가 오른 이유⑩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서 벌어진 일입니다…”

뉴스를 보다보면 온갖 끔찍한 보험 범죄 사건을 접하고 한숨이 새어나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누군가는 자식과 배우자의 목숨을 빼앗고,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집에 일부러 불을 지르기도 한다.

단지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 벌인 일이다. 

꽤 오래 전 보험사기를 다룬 공포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일본 추리소설가 기시 유스케가 쓴 ‘검은집’이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쇼와생명 교토지사에 사원으로 일하는 와카스키 신지,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자살도 보험금이 나오는 지 묻는 의문의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신지는 혹시 자살을 생각하는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자살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자살로 위장해 가족을 죽이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사전조사였다는 것이 소설 속 작은 반전이다.

흔히 보험사기라고 하면 온갖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이 정도’의 강력 범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해하거나 일부러 사고를 내는 식의 끔찍한 범죄 말이다.

그렇게만 따지면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보험사기는 자신과는 무관한 ‘남의 이야기’로 치부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나는 정말 보험사기와 무관한 1급수 청정 인간인가 대해서 말이다.

예컨대 친구가 교통사고 소식에 우리들의 반응은 대체로 어떠할까. 일단 안 아파도 아픈 척 입원부터 하라고 농담반 진담반 부추긴 적은 없는지.

또 그저 가벼운 증상에 약이나 타러 병원에 갔다가, 보험금 처리되니 걱정 말라는 의사의 권유를 듣고 과잉 검사나 진료를 받은 적은 없는지. 일주일이면 충분할 입원기간을 1~2주 더 늘린 적은 없는지. 미용시술을 다른 치료로 속여 보험금을 탄 적은 없는지.

사고 없이 정비·점검을 위해 정비업체를 찾았다가 보험사에 허위로 사고를 접수하면 무상으로 수리해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간 적은 없는지.

누군가는 그 정도가 무슨 범죄냐 코웃음 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엄연한 범죄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보험사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벌이는 무분별한 의료쇼핑, 병원들의 과잉진료,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과장과 수리비 과다청구, 장기입원 등의 행위들은 죄의식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사회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험사가 손해를 보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무시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보험료 인상이라는 아주 직접적 손해로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보험사기, 어렵지 않다. 우리가 죄의식 없이 벌이고 있는 사소한 행동이 보험사기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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