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9년간 금융지주 왕좌…KB금융 맹추격 2분기 실적 앞서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리딩금융그룹 왕좌 두고 '지키려는' 신한금융과 '탈환을 노리는' KB금융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KB금융이 무서운 성장세로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어 지난 9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신한금융의 자리 수성이 앞으로는 위태로울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반기 신한금융 勝, 2분기는 KB금융이 앞서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나란히 2조 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는 실적발표를 통해 그룹의 2017년 상반기 순이익 1조8,891억 원, 2분기 순이익 8,92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상반기 1조4,548억 원 대비 29.9% 증가한 실적이며, 2001년 신한금융지주 창립 이래 최대 반기순이익이다.

▲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당기순이익(단위 : 억 원)

신한금융 측은 은행 부문의 안정적인 이익 증가와 더불어 카드, 금투, 생명, 자산운용, 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의 역대 최고 실적을 실현 등 균형적 사업 포트폴리오의 부각으로 안정적인 경상 이익을 올린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실적이 다소 미흡했던 비은행 그룹사의 수익력이 크게 개선돼 그룹 손익 증가에 고르게 기여했다”며 “향후 그룹사간 협업을 확대해 그룹 역량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의 실적 발표도 이어졌다. KB금융그룹의 2017년도 상반기 순이익은 1조8,60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65.3% 증가다. 2분기 순이익은 9,9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6% 늘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최대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의 수익성과 비용효율성이 개선되고 있고, 비은행부문의 강화를 위해 인수했던 자회사들의 실적이 그룹 연결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돼 한 단계 더 향상된 경영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순이익 289억 원 차이로 신한금융이 왕좌를 수성에 성공했지만 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KB금융이 981억 원 앞지른 수치로 2015년 1분기 이후 2여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쾌거를 이뤘다.

▶신한금융, 왕좌 뺏길라…위기감 팽배

간발의 차로 상반기 실적 1위 자리를 지킨 신한금융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한편 불안한 왕좌를 지키기 위한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2009년 2분기 이후 신한금융이 KB금융에 분기 실적이 뒤진 건 2015년 1분기를 포함해 이번이 단 두 번째다. 연간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순이익 1위 유지 중에 있지만 KB금융의 무서운 상승세에 해당 기록이 깨지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 원 클럽'에 복귀하며 리딩뱅크 탈환의 청신호를 알렸다. 지난 2011년 2조3,830억 원의 순익을 기록한 후 다시 2조 원대를 회복하는데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최대 계열사인 은행 부문에서 신한은행을 따돌리고 KB국민은행이 1분기에 이어 2분기 누적 순익 차이를 벌려 나간 점도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각각 1조2,092억 원과 1조1,04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또한 실적 발표에 앞두고 KB금융 선전이 예상됨에 따라 지난달 말 KB금융의 시가총액(25조1,703억 원)이 신한금융의 시가총액(24조9,429억 원)을 7년 만에 역전, 금융 대장주를 탈환한 바 있다.

지난 1월에 주가 역전 현상이 벌어진 데 이어 시가총액은 물론, 실적 면에서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차츰 앞서 나가기 시작하면서 머지 않아 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지주는 지난 6월 29일부터 신한지주의 시총을 넘어서면서 거침없는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회사 포트폴리오 및 성장성 측면에서 당분간 KB금융지주를 넘어설 경쟁사가 없다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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