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월급을 받으면 특별히 쓰는 것도 별 것 없이 순식간에 ‘텅장(텅 빈 통장)’이 되긴 마련이다. 생각 없이 긁은 신용카드가 다시 화살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숨 쉴 틈도 없이 꽉 끼워 맞춘 예산 속에 어쩌다 예상치 못한 지출까지 생기면 텅장을 넘어 아예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럴 때 쉽게 빠지는 유혹이 카드사의 리볼빙 권유다.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은 신용카드 대금 중 당장 갚을 수 있는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다음 달로 넘기는 결제방식이다. 한꺼번에 카드대금을 갚기 버거운 경우 자금사정에 따라 납입비율을 달리해 상환할 수 있는데다 연체 없이 신용관리를 할 수 있어 분명히 유용한 측면이 있다. 단, 아주 짧은 기간만 이용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이야기다.

전화로 쉽게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고 어마어마한 액수가 아닌 탓에 특히 젊은 층의 경우 리볼빙을 대출보다 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월 결제대금에 10~20%의 높은 이율이 붙기 때문에 사실 고금리 대출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대출 금리보다 훨씬 더 높은 수수료 폭탄이 떨어질 수 있어 리볼빙 기간이 길어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부채의 덫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더욱 문제는 일부 카드사들이 해당 서비스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축소시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데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리볼빙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까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서비스에 가입시켜 피해를 유발시킨 것이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경우 리볼빙 관련 결제비율 설정을 100%에서 10%로 변경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전화마케팅 영업을 하면서 고금리가 적용된다는 등의 중요사항을 누락시키고 불완전 판매를 일삼아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불법적 영업을 통해 현대카드가 2014년부터 2년간 리볼빙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4,000억 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다.

카드론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은행 대출 허들을 높이는 사이 카드사들이 젊은층, 저소득자, 저신용자 등을 상대로 카드론 영업에 열을 올리면서 카드론은 가계부채 부실을 키우는 새로운 뇌관으로 자리잡았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카드사들이 본업 대신 카드론과 리볼빙 등 대출 확대를 통해 수익을 내려 하다 보니 상황이 심각해졌다. 결국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손쉬운 카드론 영업에 취중 하지 말라고 질책하며 카드사들의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카드론과 리볼빙의 유혹은 달콤하다. 

누구나 손쉽게 이용 가능하고 얼핏 설명 들으면 편리한 서비스인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손쉽게 고금리의 굴레에 갇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은 약관과 수수료, 거래조건을 꼼꼼히 따져본 후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스마트하게 이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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