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사내 익명게시판 조작 및 개입 의혹…사 측 "1차 조사 사실무근, 현재 노사 공동조사 요청"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KB금융그룹이 조합원 설문조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정하고 나섰다.

KB금융그룹 7개 계열사의 노조가 모인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협’)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여의도 소재 K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윤종규 회장 연임 반대 및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위해 조합원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KB노협 주장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의 연임 찬반 입장을 묻기 위해 노조 측이 지난 5~6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과정에서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동안 총 17개 단말기에서 4,282건에 달하는 중복 설문 답변이 발생했다.

인터넷 접속 기록인 '쿠키'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동일 IP를 통한 중복답변이 이뤄졌으며, 중복답변의 99.6%는 ‘윤종규 연임 찬성’ 응답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설문 조작의 실질적 주범인 윤 회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KB노협은 사측이 윤 회장 연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본점 특정 부서 직원을 동원해 사내 익명 게시판에 윤 회장은 옹호하고 노조를 비난하는 글을 반복해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KB금융그룹은 진실 규명을 위한 노사 공동조사를 제안하는 등 윤종규 회장 연임 찬반투표 관련한 개입 의혹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1차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기 때문에 명백하게 해명을 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노조에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만약 공동조사를 통해 실제로 노조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 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 연임에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노조 측 주장도 강하게 부인했다.

해당 관계자는 “사내 게시판인 핫이슈 토론방은 익명으로 자유롭게 직원간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찬성 또는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댓글 부대 운영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들어간 사측과 절차의 공정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노조간의 내홍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노조의 경영권 침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윤 회장이 국민은행 노조 선거 개입 의혹을 산 계열사 임원 2명의 사직서를 수리하고 노조와 전 직원에게 직접 사과하는 등 적극적인 내부 민심 달래기에 나서면서 노사간 갈등이 봉합되는 듯 보였으나 최근 노조가 회장 선임절차 중단과 추천인사 사외이사 선임 등 무리하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노조는 회사 직원들의 공익이나 근무환경의 개선을 주장해야 하는 단체인데 이번 KB금융 노조의 경우 협의보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외부 정치권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은 지난 8일 2차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윤 회장을 포함해 내부 출신 4명, 외부인사 3명 등 차기 회장 후보자로 7명을 압축했다. 사측은 오늘(14일) 후보군을 3명 내외로 압축한 뒤 26, 27일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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