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거래은행·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 등 잇달아 빼앗겨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신한은행(행장 위성호)이 지키고 있던 국내 기관 영업 사업권 경쟁에서 잇달아 자리를 뺏기면서 국내 리딩뱅크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군장병 전용 '나라사랑카드' 사업권에 이어 올해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 등을 타 은행에 내준 신한은행은 이달 ‘600조 특대어’ 국민연금의 주거래 은행 선정에도 밀려나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마저 감돈다.

▶600조 새 금고지기 ‘우리’, 밀려난 ‘신한’

금융권 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박빙의 2파전이 예상됐던 ‘국민연금 금고 쟁탈전’이 우리은행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16일 국민연금공단은 주거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은행을 선정했고 밝혔다. 2007년부터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을 맡았던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 은행들이 참여한 전쟁에서 우리은행이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이번 입찰은 미국 출장 중이었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제외한 3대 은행장들이 직접 국민연금의 본사가 있는 전북 전주를 찾아 프리젠테이션에 나설 정도로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했던 승부였다.

세계 3대 연기금 반열에 오른 국민연금의 기금 적립금은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600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기관영업에 각별히 공들이고 있는 시중은행들로서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특급 대어(大魚)인셈이다.

지난 10년간 독점적으로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을 도맡아왔던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에 밀려 오래된 사업권을 빼앗기게 된 것이 어느 업체보다 뼈아픈 이유다.

더욱이 신한은행은 지난 7월 경찰공무원 대출(무궁화대출) 주거래은행 자리를 KB국민은행에 내준 직후라 이번 고배의 후유증은 더욱 상당하다. 신한은행 앞서 지난 2015년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나라사랑카드'를 사업권도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 밀려 뺏겼다.

별 다른 마케팅 없이도 10년간 14만여 명에 달하는 안정적인 직업의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독점적 대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권과 연간 35만 명의 입대 장병을 신규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나라사랑카드’ 사업권은 은행권에 메리트가 상당하다. 반대로 이를 모두 잃게 된 신한은행은 ‘비상’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 리딩뱅크 도약 ‘빨간불’, 위태로운 ‘왕좌’

올초 조용병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신한은행 사령탑 자리 앉은 위성호 행장은 지난 7월 '2017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자리에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 리딩뱅킹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기관 사업권 입찰에 번번히 미끄러지면서 국내 리딩뱅크 입지마저 흔들리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그룹이 당기순이익 1조8,891억 원을 달성하며 1조8,602억 원을 기록한 KB금융그룹을 누르고 1위 수성에 성공했지만 주력 계열사인 은행 실적만 놓고 보면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앞서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2,092억 원,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1,043억원으로 국민은행이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금융권 내에서는 곧 발표 될 3분기 실적 또한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앞 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리딩뱅크를 갈망하는 신한은행의 다짐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한은행은 올 연말부터 내년초까지 남아있는 나머지 기관영업에 절치부심 총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 하반기만 해도 대전, 강원, 충북, 충남 등 광역 자치단체 및 50여곳의 기초 자치단체의 주거래 은행 교체가 집중돼 있다.

한편,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은행들의 과도한 기관영업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금고 운영 대가로 시중은행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연한 금액이 1조 원을 육박한다“며 ”뿐만 아니라 금고계약서에 포함된 출연금 외에 지자체에 행사후원 등 또 다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인천 시금고 비리사건’, ‘용산구 구금고 채용비리 의혹’ 등 금고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이번 우리은행 채용비리 3건이 다시 금고 비리로 확인 된만큼 보다 강화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산구 구금고 채용비리 의혹’이란 지난 2014년 신한은행이 용산구 금고운영권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구청장 아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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