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균주 공방·대조약 선정 시비 등 논란 연속…동종업계 '눈살'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대웅제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동종업계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동종업계와 관할당국과의 끊이지 않는 소송과 대립으로 업계에서 미운털이 박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톡스 분쟁 국내→국외→다시 국내

국내외를 오가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보유 중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이른바 보톡스로 통한다.

양사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와 관련해 1년이 넘도록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부터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균주 염기서열 등 균주 기원에 대해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구해 왔다.

국내에서 팽팽한 신경전인 벌이던 양사는 미국 소송전으로 싸움을 키웠다. 대웅제약 ‘나보타’가 미국 진출에 성공적인 절차를 밟자 지난해 6월 메디톡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대웅제약과 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사 알페온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 법원은 최근 해당 소송을 한국에서 먼저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 싸움은 다시 국내 소송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에서 근무하던 전 직원을 통해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 정보 등을 제공받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 대가로 전 직원은 1억3,000만 원을 챙긴 정황까지도 파악하고 있으며 아직 공개하지 다수의 증거 또한 확보하고 있어 이번 국내 소송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메디톡스의 계속되는 공격과 균주 출처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에 대웅제약은 피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출처에 대해 명확히 소명하고 수차례 국가기관의 검증을 받은 바 있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야 말로 보툴리놈 톡신 출처 검증을 제대로 받은 적 없다”며 “메디톡스 균주 출처 증명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조약 지위가 뭐 길래

대웅제약의 갈등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치매 치료제 글리아티린 대조약 지정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식약처가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을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으로 지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기 위한 자리었다.

대조약 선정 관련한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대웅제약이 가지고 있는 이탈파마코의 ‘글리아티린’ 국내 판권이 종근당으로 이동한 후 대조약 선정이 종근당 글리아티린으로 변경되자 식약처를 상대로 대조약 선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제네릭(복제약)’이라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며 종근당 글리아티린의 대조약 선정에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대웅제약 측은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기존 종근당의 제네릭 알코모와 품목코드와 보험약가 코드가 동일한 제품으로 원개발사 품목이 아니다. 원개발사와 판권계약만으로 대조약 지위를 얻을 수 없다”면서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 대조약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은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잃은 후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문제는 대웅제약이 펼치는 논리대로라면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도 대조약으로 선정될 이유가 없다. 글리아타민 역시 제네릭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사 제품인 글리아타민도 대조약으로 선정될 수 없는 것만 증명한 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전반을 대신해 식약처에 총대를 매고 나간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들긴 했지만 사실상, 대웅제약의 자존심의 문제 혹은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 매출 증대를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업계, 식약처에 미운털 박힐라

근래 대웅제약을 둘러싼 길어지는 소송과 갈등에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특히 메디톡스와의 비방전을 조속히 매듭짓고 시시비비를 가릴 때인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에서는 제약업계 이미지에도 좋지 않지만 무엇보다 문제에 대한 해결은 뒷전이고 서로에 대한 비방이 우선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다간 종근당과도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물론 종근당을 겨냥한 부분은 아니지만 충분히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업계 대부분이 대웅제약의 대조약 지위에 대한 일련의 행동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또 과거 식약처에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도 모잘라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다시 한번 식약처를 자극한 부분도 서툰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관할 정부기관을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제약사로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행정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업계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이라고 입을 열었다.

일각에서는 ‘나보타’와 ‘대조약 지위’를 두고 갈등 해소에 쉽사리 나서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속내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먼저는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이 대조약으로 선정되면 ‘마케팅 효과’를 노려 볼 수 있어 대조약 지위에 대해 집착한다는 것이다.

대조약 지위를 통해 오리저널 효과를 보면, 타 품목 보다 우위에 있는 품목임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대웅제약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면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 매출 증대를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디톡스의 공개토론을 피하는 것도 대웅제약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균주 출처를 밝히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추측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 한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염기서열은 이미 공개돼 있는 부분인데도 굳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메디톡스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냐”며 “균주 출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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