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올해도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이 ‘고배당 잔치’ 논란에 중심에 섰다.

이들 은행은 적자를 기록한 해마저 아랑곳하지 않고 수천억의 자금을 매년 해외 본사에 지급해 ‘먹튀’ 논란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한 주당 295원, 우선주 한 주당 345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939억 원으로 약 1,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는 지난 2016년 배당금 1,146억 원, 2015년 배당금인 1,162억 원과 비슷한 규모로 3년 연속 1,000억 원대의 고배당을 지급해 오고 있다.

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이 99.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상대적으로 순이익 적었던 2014년에도 509억 원의 배당을 결정하는 등 매년 당기순이익의 40~50% 안팎에 해당하는 돈을 미국 본사로 보내고 있다.

여기에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매년 보내는 돈까지 합산하면 본사로 빠져나가는 금액은 산더미처럼 늘어난다.

씨티은행은 미국 본사에 경영자문료로 2005년 437억 원, 2008년 984억 원, 2010년 584억 원, 2012년 1,367억 원, 2013년 1,384억 원 등을 송금해 국부유출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 및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위하해 자본비율이 양호한 국가에 대해 이에 상응하는 배당을 실행하고 있다“며 ”배당금은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인데 국부유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비난의 수위가 더 커진 이유는 따로 있다. 사측이 이익 배당을 유보하고 디지털 금융 기반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힌 지 몇 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지점 통폐합을 통해 전국 126개의 개인금융 영업점 가운데 90여개를 정리하고 일부 점포를 자산관리 점포로 개편했다.

단시간에 급격히 몸집을 줄이는 파격 행보에 일각에서는 한국시장 철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해 6월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2017년 사업연도의 이익배당을 유보하기로 오늘 이사회에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논의됐다“며 “앞으로도 한국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 SC제일은행도 올해 배당성향을 지난해(35.78%)보다 높이기로 결정했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이달 30일 지난해 결산실적과 배당금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당기순이익 2,245억 원을 거둔 SC제일은행은 이 중 35.78%인 800억 원을 SC그룹에 배당한 바 있다. 지난해 실적에 올해 같은 수준의 배당성향만 적용해도 930억 원의 배당금이 산출되는 만큼 실제 배당금이 1,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C제일은행은 2010년 1,000억 원 2011년 810억 원, 2012년 1,200억 원의 고배당 기조를 이어오다 2014년 7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1,500억 원의 배당금을 본사에 보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전적도 있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신한, KEB하나, KB국민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의 배당성향은 20~30%인 것과 비교하면 외국계 은행들의 고배당 정책이 국부유출 우려를 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은 국내에서 번 돈을 시장에 재투자하지 않고 기부에도 인색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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