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서울시금고 선정이 접전 끝에 마무리된 가운데 남은 지방자치단체 금고지기를 두고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금고 선정에서 출연금 규모가 중요한 변수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두고 은행들의 눈치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작은 이제부터” 하반기 격전 예고

서울시금고 유치전은 끝이 났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인천광역시를 시작으로 세종특별자치시,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 4곳이 연내 시·도금고 선정을 위한 입찰을 공고가 예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25개 자치구 금고 은행 약정도 오는 12월 31일 모두 만료돼 새 금고지기 선정을 앞에 두고 있다.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내면 각종 세입금의 수납과 이체, 세출금 지급, 세입·세출외 현금수납·지급, 유가증권의 출납·보관 등을 전담하게 된다.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조 단위 까지 자금까지 운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보니 은행들로써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큰 손인 셈이다.

실제로 입찰 결과를 두고 올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서울시의 경우 한 해 운영 예산만 무려 32조 원으로,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국내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입찰에 참여한 끝에 결국 104년간 이어져 온 우리은행 독점체재가 종료되고 내년부터 신한은행이 제1금고지기를 맡게 되면서 서울시금고 쟁탈전은 막을 내렸다. 우리은행은 2금고지기를 맡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렇듯 금고 입찰은 소위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서울시 규모만큼은 아니지만 오는 7월부터 올 하반기 잇달아 새 금고은행 선정에 나설 계획인 인천시(8조9,000억 원)와 전라북도(6조4,000억 원), 제주특별자치도(5조 원), 세종특별자치시(1조5,000억 원) 역시 예산 총합 50조 원을 넘어서는 대어다.

특히 9조 원 규모 인천시금고는 서울시금고 이후 시중은행들이 모두 참전하는 최대 격전지로 거론된다. 나머지 3곳보다 예산 규모가 큰데다 인천시 내 8개 구금고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천시금고는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1금고 신한은행, 2금고 농협은행 체재로 운영돼 왔다.

올해 서울시 1금고지기 자리를 신한은행에게 뺏긴 우리은행은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인천시금고 입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금고 이후 공격과 수비가 바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숨 막히는 2차전이 예고된다.

또한 일찌감치 인천 청라국제도시 내 하나금융타운에 구축하고 인천시금고 자리에 공을 들여온 하나은행도 공세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금고는 우리은행이 얼마나 지켜낼지가 관건이다. 유일하게 신한은행이 1금고를 맡고 있는 용산구를 제외하고 우리은행이 모든 1금고를 전담 중이다.

▶“밀리면 끝” 과도한 출연금 경쟁 ‘부작용’

사실 금고 업무 자체로만 보면 수익은 크지 않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너나 할 것이 없이 목을 매는 이유는 지자체 금고지기 타이틀을 달게 될 경우 뒤따라오는 부가적인 이익이나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기관영업 강자로써 갖는 은행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데다 공무원과 가족 등 관련 우량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비재무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어 치열하게 유치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금고지기 타이틀을 경쟁사에 내주게 됐을 시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금고 수성에 혈안이 되는 이유다.

각 은행들은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그룹 내 기관영업 본부를 기관그룹으로 분리해 확대 신설하고 기관영업에 밝은 실무진을 보강하는 한편 행장들까지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 영업력에 힘을 싣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히 출연금 과다 지출 양상으로 번지는 과도한 출혈 경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최근 서울시금고 유치를 위해 신한은행이 3,000억 원, 우리은행이 1,100억 원의 출연금을 서울시에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1,500억 원 수준이었던 출연금 규모가 올해 두 배 이상 솟구친 것이다.

이번 신한은행의 역대급 베팅의 영향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갖는 출연금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올라간 만큼 출연금 액수가 당락을 좌우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으로 흐를 가능성은 다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정된 기관 유치를 위해 과도한 출연금을 내는 양상이 계속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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