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총 1조4,000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면서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미 예상된 이벤트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블록딜 발표 이후 급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불확실성 해소로 일단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금산법 피하자!” 삼성생명·화재, 전자 지분 일부 ‘블록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조4,000억 원 규모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했다.

지난 30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회사 주식 2,298만3,552주를 총 1조1,7901억 원에 오는 31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자기자본대비 3.79% 규모에 해당한다.

같은 날 삼성화재도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가운데 401만6448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처분금액은 2,060억 원이며 자기자본대비 1.72%에 해당한다.

삼성생명과 화재 측 관계자는 이번 삼성전자 주식 처분 목적에 대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이 향후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을 단행할 시 발생할 수 있는 금산법 위반 리스크 해소를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의 결정을 한 것이다.

실제로 기존 삼성생명(8.3%)과 삼성화재(1.5%)의 삼성전자 합산지분율은 9.7%로 전자의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이 이루어질 경우 10.5%(생명 8.9 %, 1.6%)까지 상승하게 돼 10% 초과분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지분 정리로 합산지분율은 9.3%(생명 7.9%, 화재 1.4%)로 낮아지게 됐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시에도 10.0%(생명 8.5%, 화재 1.5%)로 제한됨에 따라 현행법상으로 추가적인 전자 지분 매각 의무 부담을 털어내게 됐다.

▶국민주 타이틀 달 수 있을까? 기대와 우려

이날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자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우려로 3% 넘게 출렁거렸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늘(31일) 장 초반 다시 5만 원 대를 회복했다.

앞서 50대 1의 액면분할 작업 후 이달 4일 거래가 재개된 삼성전자 주가 거래는 내내 신통찮은 흐름을 보여 왔다. 황제주 타이틀을 뗀 첫 날부터 2%가량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는 5만 원 대 방어선을 지키는 것도 힘에 부친 모습이다. 액면분할 전 이미 시장 기대감에 한창 올랐던 주가가 원상태로 돌아가면서 액면분할 효과로 ‘국민주’ 등극을 꿈꿨던 기대가 무색해졌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 속에 최근 보유 지분을 일부지만 정리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자극하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이번 블록딜은 정부에 의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보험사 보유 지분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바뀌게 된다. 또한 해당 가치가 보험사 총 자산의 3%를 넘으면 안 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 8.23%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면 5,629억 원에 불과하지만 시가 기준으로 하면 무려 29조 원에 달한다.

한 마디로 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8조 원 규모를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번 블록딜로 정리해야 할 지분의 15분의 1만큼을 정리했을 뿐인데도 5만 원선이 붕괴되며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만큼 향후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번 블록딜에 관련해서는 예상됐던 이벤트로 향후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 중이다.

블록딜을 계기로 자사주 소각 부담이 완화된 데다 하반기엔 펀더멘탈과 배당매력이 동시에 높아질 것이라며 오히려 비중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을 통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9.7%에서 9.3%로 하락했다”며 “블록딜을 계기로 올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부담은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삼성생명 블록딜 등에 따른 수급부담이 일단락되고, 하반기 메모리 가격과 수급 논란이 약화되면서 올해 반도체 부문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6월부터 삼성전자는 저평가 요인이 빠르게 해소돼 IT 업종 주도주로 부각되면서 삼성그룹주의 전반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금산법과 보험업법 개정안 이슈는 1~2달 전부터 이미 시장에서 대부분 알고 있던 사안으로 최근 삼성전자 주가 부진에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며 “두 가지 부정적 요소 중 하낙가 해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적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5만 원대를 맴도는 주가는 가치 크게 밑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룰 파도는 피했지만 3%룰 파도는 여전하다"며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을 둘러싼 삼성의 지배구조 이슈는 여러 법률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3심 재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지 예상이 쉽지 않지만 현재 주가는 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보험계열사는 금산분리법이나 보험업법의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만 보유지분의 장내 매각이나 과도한 오버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주주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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