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한국증권금융(대표 정완규)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또 한 번 멍들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금융권 채용비리 척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증권금융 내부에는 시대를 역행하는 낙하산 보은인사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며 원성과 지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희대 출신 상임감사 내정설에 시끌...노조 “지식·경험 전무” 코드인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증권금융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이 있기도 전부터 모 기업체 법무실장으로 근무하는 경희대 출신의 인물이 차기 감사로 결정됐다는 내정설이 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측에 따르면 보험사의 소송담당 사내변호사와 모 기업체의 법무실장 경력이 전부인 인물이 한국증권금융의 새로운 감사로 거론되고 있다.

노조 측은 임원 경험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넘어 한국증권금융의 상임이사인 상근감사위원 내정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외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한국증권금융의 감사로서 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최경삼 한국증권금융지부장은 “항간에는 현 정권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다고 하니 정권 창출 기여에 대한 ‘보은인사’, 학연에 따른 ‘코드인사’로 보고 있다.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에도 권력형 낙하산 인사 행태가 아직도 자행되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낙하산 감사의 선임을 반대하며, 차기 감사 선임절차에 대해 전문성과 업무 역량을 겸비한 인사가 선임될 것으로 요구 중이다.

또한 상근감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고 독립적인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 지부장은 “정당한 요구에 대해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으로 화답해 외압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인사청탁, 채용비리나 다를 바 없는 낙하산 내리꽂기 악습을 되풀이 한다면 한국증권금융지부 전체 조합원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낙하산감사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못 피한 ‘낙하산’ 논란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들이 맡긴 투자자예탁금 관리가 주 업무로 국가가 독점적으로 업무를 보장해 주고 있는데다 근무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은데 비해 연봉은 증권사보다 많아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러한 한국증권금융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증권금융의 사장과 감사 자리는 외부 출신들이 맡아 놓은 듯 줄줄이 꿰찼다.

준공공기관이긴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취업심사대상 기관에는 해당되지 않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관료출신들의 ‘낙하산 인사’의 표적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이 됐다.

실제 사장 공모를 시작한 후 첫 사장인 조흥은행장 출신의 홍석주 전 사장을 제외한 이두형 전 사장, 김영과 전 사장, 박재식 전 사장, 정지원 전 사장까지 모든 사장이 금융위원회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또 다른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며 한국거래소 새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 전 사장의 후임으로 올해 3월 취임한 정완규 신임 사장도 예외 없이 금융위에서 내려왔다. 이로써 한국증권금융은 다섯 차례 연속으로 관료 출신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최근 정부가 금융권 및 공공기관 등의 채용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연루된 임직원은 해임하고 형사고발 하는 등 철퇴를 가하고 있는 와중에 금융권 내 뿌리 깊게 내린 낙하산 인사 관행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증권금융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우리 회사는 지속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강요 받아온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정도로 ‘뜻밖의 시점에 뜻밖의 자리에 뜻밖의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노골적인 낙하산 내리꽂기 시도는 처음”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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