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변경을 통한 회사 가치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판단을 유보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상장 폐지’ 혹은 ‘거래 정지’ 등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하게 됐다는 평가다.

▶상폐는 피했다...핵심쟁점 분식회계여부 유보 ‘반쪽’ 결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다섯 차례에 걸친 심의 끝에 고의적 회계 위반으로 결론 내렸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2일 오후 임시회의를 진행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화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미국 바이오젠사에 부여했지만 이에 대한 주석을 달지 않은 것을 두고 내린 판단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의 감리조치안을 다각도로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금감원에 추가 감리를 요청하며 공을 다시 넘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달씩이나 심의하고도 ‘알멩이’가 빠진 반쪽짜리 애매한 결론을 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선위가 콜옵션 공시누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사실상 금감원에게 다시 미뤘다”며 증선위 발표 내용이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어 “콜옵션 공시를 누락하지 않았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는 절반으로 줄어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도 줄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이 불가능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로 안정적인 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증선위 결론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도 절반의 성공이다. 분식회계와 관련된 최종 결론의 불확실성과 검찰 고발 등의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폐지 등 최악의 가능성은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공시 누락은 상장실질 심사 대상이 아닌데 과거 사례들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측은 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사유 발생 여부를 검토 결과, 증권위 의결사항으로 지적된 회계위반내용이 당기순이익 또는 자기자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거래소 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참여연대는 증선위가 결론을 '유보'하고 이례적으로 재감리 요청을 한 배경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로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번 주 안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참여연대 측은 논평을 통해 “공시 누락을 고의로 판단했다면, 그 의도와 파급효과도 제대로 밝혀야 한다”며 “옵션 부채를 적정하게 회계처리하지 않은 것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적정 합병비율을 심하게 왜곡시켰다는 점에서 콜옵션 부채 누락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2014년 콜옵션의 존재 사실만을 밝히고 행사가격 등 조건을 공시하지 않아 재무적인 영향을 추정할 수 없도록 하고, 제일모직-삼성물산 간의 합병 전까지는 이를 회계처리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합병이 이루어진 후 비로소 부채로 반영한 점은 콜옵션 공시 누락과 합병 비율 왜곡 사이에 부당한 의도가 개재되어 있을 관련성을 강하게 암시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와 국민연금의 의도적 가치 조작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증선위 ‘고의 공시 누락’ 결정과 심의 결과에 대해 회사의 입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것 같아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행정소송도 검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그 동안 금감원의 감리, 감리위·증선위의 심의 등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며, 회계처리의 적절성이 납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소명해 왔다”며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발표 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모든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이행했다”며 “향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이러한 회계처리의 적절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적 구제수단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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