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2007년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 황유미 씨의 백혈병 사망으로 촉발 돼 10여년을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최근 내놓은 공개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지난 21일 위원회 측에 통보했다.

같은 날 피해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도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혀 11년간 접점을 찾지 못했던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앞서 지난 17일 조정위원회는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제안서를 발송했다. 그간 조정위는 양측의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보상과 사과 등 대안들에서 이견을 좁혀오지 못해왔다.

이번에는 위원회 측이 지금까지 해왔던 '조정' 방식이 아닌 반드시 따르도록 강제성을 갖는 '중재' 방식으로 방향을 잡고, 양 당사자가 거부할 시 공식적으로 활동을 종료하겠다는 최후통첩으로 배수진을 친 것이 합의의 실마리를 찾는 핵심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차 조정안에는 질병에 대한 보상 방안과 삼성전자의 사과,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등은 물론이고 반올림 측의 농성 해제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원회는 양측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오는 10월까지 반올림 피해자 보상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향후 중재안이 잘 나오기를 기다리며 종전에 하던 다양한 활동들은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다만 합의 내용에 농성해제가 들어가 있어 합의 이후에 농성 활동은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삼성전자의 중재안 수용은 지난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8일 조정위로부터 일종의 강제 중재 방식의 2차 조정을 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뒤 21일 오후 이를 수용하겠다는 회신을 한 상태”라며 “9~10월 나올 중재안이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수용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원만히 문제가 해결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는 꼭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로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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