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한국지엠이 결국 연구개발(R&D) 법인을 분리하게 됐다.

지난 19일 한국지엠은 주주총회를 통해 법인 분리 안건을 가결하고 신설 법인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설립하게 됐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8,100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며 2대주주의 위치에 올랐지만 정작 주주총회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는 국내 시장 철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지엠 법인 분리는 지난 4월 군산공장 폐쇄와 그에 따른 경영정상화 방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처음 논의됐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지엠이 GM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콤팩트 SUV 제품의 차세대 디자인 및 차량 개발 거점으로 지정됐다고 밝히면서 연구개발 부문 분리를 예고했다.

한국지엠은 올 들어 2차례나 법인 분리를 예고했고, 산업은행은 법인 분할에 우려를 나타내 왔다.

최근 산업은행은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주총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고 신규 법인 설립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자 했다.

한국지엠의 주주구성은 글로벌GM이 76.96%, 산업은행이 17.02%,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6%를 갖고 있어 표 대결에서는 승산이 없지만 산은은 ‘비토권(특별결의거부권)’을 행사해 법인 분리를 막으려 했다.

산은은 이번 법인 분리 안건을 85%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산은은 주총에 참여조차 하지 못한 채 법안이 통과됐다.

그렇다면 산은은 주총에서 왜 배제됐을까.

산은의 주총 입장을 막은 것은 필사적으로 법인 분리를 반대하던 한국지엠 노조였다.

산은 관계자들이 주총 참여를 위해 부평 본사를 찾았으나, 노조의 저지로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는 사 측이든 산은 측이든 어느 한 쪽이 참여하지 못할 경우 주총이 저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라며 “사 측도 정상적인 주총을 개최하길 바랐으나 상황이 따라주질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회의장을 봉쇄한 노조로 인해 주총 참여가 불가능함을 사 측에 알리자 기다리라는 연락이 왔다”면서 “시간이 흐른 뒤 사 측으로부터 ‘해당 안건이 적법하게 통과됐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왔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지엠 관계자는 “우리도 여러 가지 상황을 우려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으나 부평 본사에서 주총을 개최하자고 했던 것은 산은이다”며 “현 상황을 자초한 것은 산은인데 자꾸 남 탓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설 법인은 한국지엠 내 디자인센터 및 연구개발센터,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개발본부 조직을 합친 것으로 1만2,000여 조합원 중 3,000여명이 새 법인으로 소속이 바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천시와 노조, 산은은 각각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취하는 모양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GM 측에 무상대여한 주행시험장 부지 회수 등을 법률 검토하도록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단 결정에 따라 파업에 나설 계획이며, 특히 주총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한 산은은 “주총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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