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㉑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이랜드월드의 SPA브랜드 ‘스파오’ 매장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어 있다.

탈의실에서 고객에게 인사를 건네고 옷을 정리하는 직원 중 일부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비장애인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2018년 장애인 고용 우수 사업주로 선정된 몇 안 되는 대기업에 속한다.

특히 이랜드월드는 국내 최초로 실제 의류매장과 동일한 전용 직업체험관을 설립해 직업체험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장애인 고용률 현황은 다른 기업과 비교해 봐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2.0%인데, 이랜드월드는 이를 2배 이상 초과한 4.8%를 기록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전체 장애인 근로자 중 96%가 중증 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랜드월드 가산사옥 전경.(출처=이랜드월드)
이랜드월드 가산사옥 전경.(출처=이랜드월드)

<컨슈머치>는 '장애인 고용 모범 기업'으로 손에 꼽히는 이랜드월드를 찾아 장애인 고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장애인 직원들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SPA 매장이다 보니 물량이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물류창고에서 들어오는 상품들을 미리 창고에 적재하는 일과 매장에 진열 전 분류하는 소분 작업을 진행합니다.

또 보완 택(Tag)을 부착하는 작업도 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장애인 직원분들이 이 정도 업무까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탈의실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직무에 배치하기도 합니다.

Q. 장애인 직원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이 대부분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발달장애인 고용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회사가 사회 환원 활동에 관심이 많아 장애인 고용을 시작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채용이 많은 이유는 사실 자연스러운 이뤄진 것인데, 스파오 매장에 처음 장애인을 고용했을 때 발달장애인 친구가 채용됐고, 그 직원에 맞춰 직무가 개발되고 패턴이 생겼습니다.

그 직원이 잘 적응해 나가자 많은 발달장애인들의 입사하기 늘어났고, 발달장애인 고용 비율이 늘어났어요.

회사도 당연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직무 이해가 의도치 않게 늘게 됐죠.

발달장애인에 대한 채용 기회를 많이 갖다가 우연히 2015년 건립 예정이던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오픈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것을 통해 발달장애인 채용이 취약한 구조라는 것도 깨달았어요.

이 과정에서 채용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더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어요. 결국, 마음이 움직인 거죠.

Q. 직무 개발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처음에는 어떤 직무를 결정하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장애인훈련센터’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선생님들이 직접 매장에 방문해서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 추천해줬어요.

그 직무를 중심으로 업무를 배정했어요.

이후에는 매장 점장님들과 대화하면서 준비했던 부분들도 있고, 직원들의 역량과 열정에 따라서 새로운 업무에도 투입해 봤죠. 꽤나 잘 따라오는 직원들을 보면서 지금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스파오 의류분류체험관.(출처=이랜드월드)
스파오 의류분류체험관.(출처=이랜드월드)

Q. 직업 체험관도 직접 운영 중이시라고 하던데 직업 체험관은 어떤 내용을 학습하나요?

체험관은 스파오 매장과 똑같은 환경으로 조성돼 있습니다.

스파오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 희망자들이 이곳에서 5~6개월 간 실습을 하게 되는데, 강사로는 스파오 점장들이 나서 봉사합니다.

점장들은 이미 발달장애인의 역량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 시 꼭 필요한 의류 용어나 업무를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업무 숙지를 마치면 매장으로 입사하는데, 일반 판매직원들과 동등한 수준의 직무 수행능력까지 가능해 지금은 그들을 위한 직무 개발도 크게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Q. 발달장애인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고 들었어요. 근무형태는 어떻게 되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장시간 근로는 어려워요.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긴 편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5번 출근하고, 하루 4시간 씩 근무하고 있어요.

Q. 흔히 발달장애인은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기업들이 고용을 꺼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달장애의 특성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계신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인지능력에 있어서는 부족할 수 있지만 사회성이라는 것은 사실 그들이 지내온 환경적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소극적인 성향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어요.

실제로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보면 일도 재밌게 하고 직원들과도 잘 지내요. 저도 처음에는 적응을 못하는 거 아닌가 걱정을 했었는데 문제가 없다는 걸 눈으로 보게 됐죠.

Q.  대부분의 직원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배려한 근무환경이 있으면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저희가 시스템을 바꾸게 된 계기였던 사례인데요.

스파오 명동점에서 일하는 분이셨고 집은 인천이었거든요. 제가 매장으로 일찍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직원 분이 매장 오픈 시간보다도 한 시간 이상 일찍 나와 있었어요.

그래서 “현우 씨(가명)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라고 물었더니 인천에서 출퇴근을 하려면 지하철역까지 나오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본인의 아버지가 출근할 때 함께 차로 이동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명동점이 가장 크고 안정적인 매장이라 배치를 했었는데 이런 불편함을 겪게 될 줄 몰랐어요. 그래서 전 지점이랑 소통을 통해 결국 인천 매장으로 이동 배치를 했습니다.

이때부터 다른 분들도 집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 배치를 시키고, 채용 때도 근거리 근무를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됐습니다.

또 장애인 직원들이 이메일을 통한 급여 확인 과정이 어려울 수 있어서 각자의 집으로 월급명세서를 따로 보내고 있어요.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박스를 뜯는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커터 칼은 작업도구 자체가 위험해서 커터 칼을 일정 부분만 나오도록 만들어 놓는 작업도 필요했죠.

스파오 강남 매장.(출처=이랜드월드)
스파오 강남 매장.(출처=이랜드월드)

Q. 발달장애인과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도 있나요?

신촌에서 일하는 친구의 이야기인데요. 그 친구는 자기 전에 출근할 때 입을 옷을 머리 맡에 두고 잔대요.

어머니가 그런 자녀의 모습을 보고 매일 할 일이 있고, 그걸로 살아갈 수 있으니 고맙고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또 다른 직원 분은 저한테 와서 그래요. “저도 손님한테 인사해도 돼요?”

매장에서는 이 인사를 메아리 인사라고 하거든요. 고객님이 오시면 “안녕하세요, 고객님”하고 크게 응대하는 건데, 본인이 일하는 것에 있어서 욕심을 내더라고요. 정말 저한테도 감동이었어요.

이렇게 일을 즐기는 모습을 볼 때 다른 매장 직원들한테도 귀감이 되고 있어서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Q. 부모님들로부터의 피드백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자녀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세요.

부모님들이 자녀들이 회사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를 하시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직원의 부모가 아니라 또 다른 든든한 지원자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이 누구보다 자녀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고 자립하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회사 생활에 대해 도움을 주시고 직접 훈육에 나서기도 하십니다.

Q. 아마도 많은 발달장애인 분들이 스파오 입사를 희망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을 위해 입사 절차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해주세요.

장애인 채용을 일반 채용과 따로 진행하고 있어요.

당사의 경우 장애인고용공단 남부지사 관할이라 장애인 채용을 오픈하면 각종 기관에서도 채용 문의가 들어와요.

채용 절차는 서류와 면접인데, 서류로는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지 않고 무조건 면접으로 결정해요.

지원하는 모든 취업 희망자들은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유는 서류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서류로 판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Q. 장애인 고용을 희망하지만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사업주를 위한 조언이나 팁을 전할 게 있으시다면?

저희도 아마 스파오라는 브랜드나 이랜드월드 자체적으로만 진행했으면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장애인고용공단 등 다양한 전문 기관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상당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희도 서울발달장애인센터랑 협업을 통해서 발달장애인들을 상대로 교육과 훈련을 진행해 왔어요.

고용을 위한 훈련 뿐 아니라 채용 후 코칭 방법, 유사 시 가이드까지 세부적인 조언들도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을테니 잘 활용하면 좋은 것 같습니다.

스파오 가로수길점.(출처=이랜드월드)
스파오 가로수길점.(출처=이랜드월드)

Q. 장애인 고용 유지나 안정을 위해 노력하시는 부분도 따로 있으신가요?

사실 채용했다는 것 자체가 함께 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직원들과 다름이 없어요. 그저 저희 회사 직원으로서 불편함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직원들이 시간이 흘러 점점 연령이 높아진다면 그때는 어떤 직무를 찾아줘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Q. 준비한 질문의 마지막인데요, 함께 일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계속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어요.

그래서 “함께 성장하면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가장 하고 싶어요.

당사는 장애인 고용을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 유지할 계획이고 지금은 서른 개 정도 매장에 장애인 분들을 채용한 상태인데 향후에는 전 매장으로 확산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Q. 인터뷰를 마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주세요.

이랜드월드는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정신장애인에게도 인턴 제도를 통해 고용을 지원하고 있고, 또 사무실에도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일하고 계세요.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고, 저희 회사 기조 그대로 장애인 고용을 잘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