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IPTV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제휴 철회를 LG유플러스 측에 요구하고 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속한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LG유플러스의 불공정한 넷플릭스 연동형(PIP) 서비스는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을 파괴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며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철회하고 정부는 국내 미디어 산업를 보호할 수 있는 실적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넷플릭스가 문화장벽이 공고하던 유럽시장에 침투해 몇 년 만에 VOD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독점 사업자로 등극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 ‘약한 고리 사업자를 통한 진출’이었다”며 “국내 3위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를 잡기 위해 온갖 불공정 계약을 남발해 결국 한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디어산업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플랫폼 수익의 50~60%를 배분받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달리, 수익의 대부분인 85%에서 90%까지의 배분 조건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을 넘어 국내 콘텐츠 제작재원으로 돌아가야 할 수익이 거대 글로벌 기업에게 독점돼 국내 미디어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공정 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LG유플러스 측은 “해당 이슈와 관련해 수익 배분율이 대두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수익 배분율은 공개할 수 없다”며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도 없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스타트렉’ 신규 시리즈를 전세계 188개국에 방영할 계획이다. (출처=넷플릭스)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에 밀릴까 ‘노심초사’ 방송업계, 또 다른 기회 생긴 ‘외주제작업계’

한국방송협회 등 방송업계는 넷플릭스라는 미디어 공룡의 등장으로 국내 방송 산업이 넷플릭스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로이모건리서치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 점유율은 2012년 유럽에서 처음 진출한 영국에서 83%에 이른다. 스웨덴과 핀란드(76%), 이탈리아와 프랑스(68%) 등에서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이를 의식한 유럽 각국들은 현지 국가에서 제작된 콘텐츠 비중을 30% 이상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로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판단한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편당 15억 원 수준의 제작비를 사용한다. 국내의 경우 편당 5억 원에 못 미친다. 또 넷플릭스는 현지 맞춤형 콘텐츠 생산에 능하다. 대표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최근 추리 예능 프로그램인 ‘범인은 바로 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3배 가까이 차이나는 제작비에서 발생하는 콘텐츠의 질적 차이로 인해 다양하고 참신한 것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넷플릭스로 향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방송업계는 넷플릭스의 진출을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주제작업계는 방송업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방송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며 넷플릭스를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외주제작사들이 속한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는 “넷플릭스의 진출로 방송사만 바라보던 외주제작업체들에겐 또 하나의 창구가 생겨난 것”이라며 “현재 방송사들의 불충분한 제작비 지급, 저작권과 수익의 자의적 배분 등 뿌리 깊은 관행이 개선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 콘텐츠 제작 능력 발전 기회로 삼아야

한편, 넷플릭스의 진출을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콘텐츠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본이 풍부한 만큼 기존에 시도하지 못한 실험적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제작 즉시 세계로 스트리밍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침체기에 빠졌던 일본 애니메이션업계가 다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도 예로 들 수 있다.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해외영화 직배가 허용된 이후 국내 영화 산업이 질적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며 “방송도 해외 사업자들과 맞서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사업자를 보호하는 방안보다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우선시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