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대한민국①

[컨슈머치 = 김은주 전향미 기자] 중국발(發) 초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집어 삼켰다.

지난 주말부터 초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주중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200㎍/m³을 넘어섰다. 16년 만에 최악을 수치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숨막히는 하루하루가 반복되면서 맑고 파란 하늘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우울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국가적 ‘재난’ 혹은 ‘재앙’이 돼 버린 지 오래인 초미세먼지의 습격에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방어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초미세먼지를 그야말로 한낱 ‘먼지’로 취급하며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하늘이 파랗다고 미세먼지 없는 걸까? “NO”

흔히들 ‘날도 맑은데 오랜만에 나들이 가볼까’라는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하늘이 맑아도 방심은 금물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높은데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지 물으면 백이면 백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몰랐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날씨가 아무리 청명해도 미세먼지 수치는 언제든 ‘나쁨’을 가리킬 수 있다. 실제 우리 눈에 보이는 대기오염이 적다고 미세먼지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기 중에는 다양한 크기와 성분의 먼지들이 섞여 있는데 그 지름에 따라 50μm 이하인 총 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와 10μm보다 작은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으로 분류한다.

미세먼지(PM)는 대기 중에 부유하는 분진 중 직경이 10㎛(10㎛는 0.001㎝) 이하인 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2.5㎛보다 작은 먼지로 다시 나뉜다.

(출처=환경부)
(출처=환경부)

용어가 어려워 보이지만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된다.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미세(微細: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작음)’해서 우리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서 30분의 1 크기로 우리 눈에 절대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눈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파악하려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세먼지 전문가 환경운동연합 이민호 활동가는 “가시거리는 미세먼지 뿐 아니라 스모그 현상 등 다른 요소들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하늘이 뿌옇다거나 청명하다는 것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추측하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가시거리를 믿기 보다는 정확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수원대 환경공학과 장영기 교수 또한 “날씨가 맑다고 해서 미세먼지가 없다고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측정치를 잘 살펴봐야 한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측정 데이터가 공개돼 있으니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라고 조언했다.

■미세먼지 ‘좋음’이면 초미세먼지도 ‘좋음’? “NO”

포털사이트에서 미세먼지 수치가 보통 단계인 초록색인 것을 확인하고 바깥 활동을 하고 돌아왔더니 목이 칼칼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대부분 초미세먼지 수치가 빨간 경우다.

대기 공기질에 민감하다는 자부하는 사람 중에도 미세먼지 수치만 대충 확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혹은 미세먼지 수치가 좋으면 당연히 초미세먼지 수치도 좋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출처=환경부)
(출처=환경부)

그러나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이나 ‘좋음’을 가리키는 날에도 초미세먼지 수치는 ‘나쁨’일 수 있어 따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반대로 초미세먼지는 깨끗한데 미세먼지가 수치가 나쁠 때도 있다.

같은 ‘먼지’ 인 줄 알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생성되는 기전(氣轉)이 약간 다르기 때문”이라며 “초미세먼지는 나노 크기의 아주 작은 먼지들이 응결되면서 생기는 거라면, 미세먼지의 겨우 비교적 입자가 큰 조대먼지에서 생성되기도 하고 또 일부는 초미세먼지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발생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인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발생원은 겹치는 부분도 많아 정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공장, 자동차 오염원의 경우 초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이민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미세먼지 농도는 국가마다 대기환경에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평균적으로 미세먼지 안에 초미세먼지 비율이 3분의 2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 기준의 높고 낮음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및 ‘좋음’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 둘 다 확인하는 것이 번거로우면 초미세먼지를 확인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 보다 초미세먼지가 더 치명적? “YES”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가 폐암 등 암 발병률을 명백히 높인다면서 이를 공식적으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입자가 비교적 큰 총 먼지 대부분은 코에서 걸러지지만 그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스며들어 기도와 폐 등 신체 각 기관에 침입해 천식,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출처=환경부 자료)
(출처=환경부)

작을수록 더 깊이 침투하는 미세먼지와 건강과의 인과 관계는 이미 수많은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입자가 머리카락의 20분의 1 이하로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뚫고 들어와 혈관을 타고 각종 질환과 염증을 일으킨다.

WT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사망률로 따졌을 때 장기간 동안의 초미세먼지 노출이 단기간 미세먼지 노출에 비해 더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관지나 폐뿐만 아니다. 심장이나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데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포에서 혈액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면서 그 심각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민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크기가 작을수록 먼지가 몸 속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똑같은 것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건강에 대한 유해성을 따지자면 초미세먼지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영기 수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 일수록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초미세먼지에는 유해물질 함유량도 많아 인체에 더 유해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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