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험료가 오른 이유⑨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보험사기 범죄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고육책으로 만들어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별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보험사기 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특별법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처벌 세졌는데 보험사기는 오히려 증가

보험사기죄와 보험사기 방조죄는 이미 형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다. 여기에 2016년 9월부터 보험사기를 뿌리 뽑기 위한 조치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더해졌다.

특별법 제정 이전에는 보험사기로 인한 처벌수위가 대부분 벌금형으로 경미해 별다른 죄의식 없이 행해지는 한계가 있었다. 현행법상 보험사기범은 사기죄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는데 특별법을 통해 보험사기죄를 별도 범죄로 따로 구분하게 된 것.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과태료 수준도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올해로 시행 3년째. 특별법 제정을 통해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보험사기 근절 효과는 물음표다. 특별법이 만들어졌으니 당연히 줄어야 마땅한 보험사기가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더욱 늘고 있다.

(출처=장정숙 의원)
(출처=장정숙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 후인 2017년 보험사기 피해액은 6조2,000억 원으로 이전보다 4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적발금액은 1조4,008억 원에 달한다.

금감원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 역시 4,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297억 원) 증가했다. 2016년 3,480억 원, 2017년 3,703억 원에 이어 상반기 기준으로는 올해가 역대 최대 금액이다.

이는 특별법이 만들어지긴 했으나 보험사기를 뿌리 뽑겠다던 야심찬 당초 계획과 달리 제 역할을 하나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법 시행 등 정부 차원의 다양한 대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료 인상 등 국민 피해는 여전하고 사회적 병폐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민영보험금 누수에 따른 보험료 인상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등 공영보험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 환수 조항‧민간 수사권 등 재정비 필요하다?

많은 보험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특별법 추가 개정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시급한건 보험금 환수 조항 개정이다. 보험사기를 통해 불법적으로 취득한 보험금에 대한 강제 환수 조항이 없다보니 보험사기를 뿌리 뽑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사기는 징역 및 벌금 등 형사처벌 강도에 비해 부당이득 규모가 큰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저위험‧고소득’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보험사기로 취득한 경제적 이득을 박탈하고 징벌 수위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다수가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보험사가 보험금을 반환 받으려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걸어야 한다. 이처럼 부당취득한 이득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 보니 보험사기는 재범률도 높다”고 말했다.

특히 보험사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보험사기특별조사팀)는 수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다. 보험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SIU에 어느 정도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전미보험범죄국(NICB) 등 보험범죄 사건을 조사하는 별도의 보험사기 전담기구를 설립해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조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경찰에 준하는 권한을 민간기구에도 부여해 보험사기에 대해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한편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수사기관은 심평원에 입원적정성(환자의 입원이 필요했는지 여부) 심사를 의뢰할 수 있게 됐지만 심평원 측이 심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입원과 달리 과다입원의 경우 전적으로 심사의견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심평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인력 부족 및 의뢰건수 증가에 따른 업무 지연으로 현재 심사 의뢰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 가량이 소요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장정숙 의원은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수사기관(경찰/검찰)은 심평원에 입원적정성 검사를 의뢰할 수 있게 됐지만 입원적정성심사 미결건수는 최근 3년 사이 10.3배 증가했으며 평균 처리일수도 4.9배 증가하는 등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폐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어 “대법원 판결에 심사 의견 작성자가 법원에 출석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하지만 작년까지 의사(심사위원) 출석은 단 3건. 작성자 출석비율 68%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특별법상 입원적정성 심사를 수사기관이 심평원 측에 의뢰하게 돼 있지만 현재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제 3자문기관 및 사설 의료분석업체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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