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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환자 판친다…보험산업 좀먹는 연성보험사기
나이롱환자 판친다…보험산업 좀먹는 연성보험사기
  • 김은주 기자
  • 승인 2019.05.09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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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험료가 오른 이유⑥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보험료 지불한 만큼 타 먹겠다는 건데…남들도 다 하는데 뭐…”

흔히 ‘보험사기’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 방화,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키는 등의 강력 범죄만을 연상한다.

아픈 김에 며칠 허위로 더 입원하거나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대체로 가볍게 생각하기 십상이다. 허나 이 역시 엄밀히 말하면 보험사기의 범주에 들어간다. ‘연성 보험사기’다.

특별한 죄의식 없이 보험금을 과장 청구하는 연성 보험사기가 확산될수록 보험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출처=금감원 공식 블로그)
(출처=금감원 공식 블로그)

■ “나 하나쯤이야” 늘어나는 연성 보험사기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1960년대 초반 이후 성장을 지속해 현재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7위의 보험대국이 됐다. 이처럼 비약적인 외형 성장을 이룬 것과 달리 안타깝게도 보험계약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보험문화는 그다지 성숙하지 못한 실정이다. 

보험사기는 사전 계획 여부에 따라 연성 보험사기(Soft Fraud)와 경성 보험사기(Hard Fraud)로 나눌 수 있다.

연성 보험사기는 보험금을 청구할 때 손실을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이며, 경성 보험사기는 사전에 계획해 사고를 위장하거나,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범죄행위다.

최근 보험사기 추세의 가장 큰 특징은 연성 보험사기 증가다.

보험연구원 ‘2017년 보험사기 적발 결과’에 따르면 허위, 과다사고 보험사기는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75.2%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의사고를 이용한 보험사기는 전년에 비해 감소한 반면, 허위, 피해과장 보험사기는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또한 장기손해 보험사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입원, 장해 관련 보험사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75.2%에 해당하는 허위, 과다사고 보험사기는 연성 보험사기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성 보험사기는 자각 없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공식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연성 보험사기의 심각성은 경성 보험사기에 못지않지만 그동안 보험사기와 관련된 사회적 관심이나 대중의 인식은 경성 보험사기에 치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

■ 왜 ‘우리’는 보험사기범이 됐나…심각한 ‘모럴해저드’

(출처=금감원 공식 블로그)
(출처=금감원 공식 블로그)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승원(가명,30,남)씨는 최근 여의도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중 뒤차에 의해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김 씨는 차량 뒷범퍼가 손상됐고, 병원 검사 결과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염좌’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입원 할 정도의 몸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가족과 지인들은 물론이고 병원 의사까지 합의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통에 입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 씨는 또한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사 직원의 조언을 받고 계속 합의를 미뤘다”며 “그 덕분에 최초 제시된 금액보다 70만 원 이상의 합의금을 더 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 씨만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험연구원 ‘2017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벼운 교통사고 이후 불필요하게 오래 병원에 머무르는 연성 보험사기를 목격한 적이 있다는 비율이 53.5%로 과반 이상이다.

이에 대해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 본 결과 처벌 하지 말아야 한다(68.0%)가 처벌해야 한다(32.0%)에 비해 2배 이상 높을 정도로 우리사회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판치고 있다.

■ 인식 개선 ‘한 걸음 한 걸음’

연성 보험사기의 폐해 및 부작용이 경성 사기에 못지않게 심각하지만 입증·적발이 쉽지 않다.

연성 사기를 잡기 위해 제도적 강화 장치를 마련하다 보면 자칫 선의의 사고피해자가 보험금지급을 지연‧거절당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보험사기의 증가는 결국 보험료 인상을 유발함으로써 선의의 보험계약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손실을 초래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연성 보험사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고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험금 과다청구 등과 같은 기회주의적인 연성 보험사기의 대부분은 자신의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용인하는데서 비롯되므로 이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감독 당국, 보험협회 및 유관기관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같이 보험계약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신문, 방송 등의 미디어를 이용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홍보 및 교육을 통해 연성 사기에 대한 그릇된 믿음 및 정보를 시정하고, 그 범죄성과 비용 및 폐해에 따른 부작용 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애초부터 보험사기에 가담하도록 유도하는 상품 설계에 대한 점검과 불법 전문가 집단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혜원 보험개발원 연구위원은 “연성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크게 자신의 부정행위를 정당화하는 주관적 윤리기준의 회색지대를 줄이는 방법과 평범한 계약자를 보험사기에 가담하도록 유인하는 제도적 요인들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이 변 위원은 이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보험판매자를 포함한 보험사기 공모 사례는 전문지식을 가진 집단이 보험계약자를 충동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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