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을 포함한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측정값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 전남 지역의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 등 4개 업체로 이들 업체는 사업장 235곳의 대기오염물질 측정을 의뢰받아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허위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과 공모한 사업장 중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등 대기업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출처=각 사
출처=각 사

측정대행업체들은 실제 측정하지 않은 8,843건을 한 것처럼 속였고, 4,253건은 실제 측정값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LG화학은 염화비늘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한 사례가 적발됐으며, 또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 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 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측정대행업체와 사업장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이메일 내용도 공개됐는데, 가히 충격적이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은 카카오톡으로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배출업체 직원은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언더로 다 맞춰 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죄송하다”며 특정 기간의 수치도 조작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온 국민이 미세먼지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을 때, 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정부와 국민을 속일 궁리만 하고 있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 신 대표는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 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 및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며 “지역주민과 관계자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위해성·건강 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5일 측정대행업체 4곳과 배출 농도를 조작한 배출업체 6곳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선 보강 수사를 거쳐 추가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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