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들까 말까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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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국내 반려동물시장이 내년에는 6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펫(Pet)보험 시장 규모는 10억 원에 불과하다.

가까운 일본은 펫보험 시장 규모가 무려 5,000억 원으로 국내와 큰 격차가 있다. 

우리나라도 펫보험에 대한 필요성 점차 늘고 있는 만큼 향후 펫보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아직까지 반려인들이 선택할 보험의 선택 폭이 넓지 않고 그나마 판매되고 있는 보험 상품은 반려인들 기준에 못 미쳐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슬개골 탈구, 노령견 가입 요건 완화 등으로 반려인들의 구미를 당기는 보험 상품들이 개발됐으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게 수요자들 입장이다.

반려인들의 지적에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활성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아 펫보험에 관심은 있어도 상품 개발 및 판매는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 진료비, 개체식별 등 근본적 문제

업계가 지적하는 국내 펫보험이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는 제각각인 반려동물 진료비와 반려동물 등록제다.

표준 진료비가 부재하고 반려동물 개체식별 확인이 불가하면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문제와 보험료 산출 등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이나 보험업계 모두 개체식별 등록제 방안과 진료항목 표준화 및 고시, 청구간소화 시스템 등이 선결돼야 펫보험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동물 등록제 확대와 동물병원의 표준 진료수가 도입 등의 법안을 제출하며 펫보험 활성화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수의사 등에 반대에 부딪혀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펫보험 활성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주최로 열린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반려동물 보험이 지속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동물병원 진료비 투명성을 높이고 등록제 실효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수의사법과 동물보호법 등 계류 법안의 상정과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역시 “진료수가 정비, 청구간소화, 개채식별에 관련해 기초적인 법규제 정비가 선행돼야 반려동물보험 현안이 해결 될 수 있다”며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선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A 보험사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반려동물 등록 문제가 미흡하고 동물병원 진료비도 표준화돼 있지 않아 보험사 입장에서 더 좋은 상품을 내놓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료비 등의 정비가 선행돼야 펫보험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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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율 때문에…" 주저

보험사들 대다수가 펫보험에 대한 관심은 있으면서도 상품화를 꺼리는 것은 ‘손해율’ 문제도 크다.

2007년 말부터 일부 손해보험사에서는 펫보험을 출시,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저조한 가입율과 손해율 문제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앞서 언급했던 진료비 표준수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허위 및 과잉진료로 인한 손해율이 컸고 개체식별 확인도 불가능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가입, 보험금을 중복으로 청구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손해율 상승을 부추겼다.

그 결과, 펫보험 상품 출시 10년 뒤인, 2017년 기준 펫보험 계약건수는 2,600건에 그쳤고 펫보험 취급 보험사는 3곳에 불과한 결과를 낳았다.

B 보험사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진다는 기대감에 펫보험이 출시됐는데, 보험사가 준비 없이 상품을 내놨던 것이 문제가 됐다"며 "철저한 준비 없이 보험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손해율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높은 펫보험 상품을 유지할 수 없었고 결국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상품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면서 "그 결과 소비자들은 당연히 펫보험을 찾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C 보험사에서는 "손해율 관리를 위해서는 대수의 법칙이 필요한데 보유 계약 건수가 줄어들다보니 대수의 법칙에 맞지 않게 됐다"며 "보험사는 다시 상품의 경쟁력을 찾추고 소비자는 펫보험을 사후에 알게 되는 역선택 현상이 반복돼 악순환에 빠졌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기대감에 펫보험 취급 보험사는 최근 3곳에서 8곳으로 늘어나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역시나 손해율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키지 못한 듯하다. 

이재구 상무는 "대통령 공약이나 관련 제도개선 움직임에 보험사들이 시장 활성화 여건이 마련됐다는 생각에서 미리 상품을 낸 측면이 있는데, 관련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손해율 악화 등으로 과거와 같이 보험이 부실화 되고 상품판매를 중지하는 사례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실.
출처=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실.

■ 펫보험 '인식 개선' 필요성

보험사들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반려인들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동물병원의 표준진료제 도입 등의 공약으로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반려인들의 잘못된 인식이 오히려 펫보험 활성화를 가로 막고 있다는 주장이 보험사에서 제기됐다.

D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펫보험에 관심이 많지만 반려동물을 위해 돈을 쓴다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상품을 홍보해도 보험료 때문에 망설이는 고객들이 실제로 많다”면서 “실제 주변인들한테 가입을 권해도 ‘반려동물 키우는데 보험까지 필요하냐’는 반응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소형견 견주 권 모씨(30대)는 “보험료보다도 보험료에 비해 보장되는 내용이 없어 적금 등으로 대비하는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보험사들의 입장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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