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세대 이상 아파트가 분양을 할 경우 층간소음, 공기질(환기), 에너지효율 등 아파트 성능 인증을 표시하고 있지만 이를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장덕진)이 2021년 분양된 500세대 이상 아파트 100곳의 입주자모집공고를 조사했다.

입주자모집공고에 ▲공동주택성능등급 인증서 ▲친환경주택 성능 수준 ▲녹색건축 예비인증서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예비인증서 등이 표시됐는지 확인했다.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자(시행사)는 「주택법」에 따라 아파트의 소음(층간소음, 교통소음 등), 구조, 환경(에너지 성능, 환기 등) 등 5개 분야에 관한 공동주택성능등급 인증서를 발급받아 입주자모집공고에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자 크기로 표시해야 한다.

아파트(출처=PIXABAY)
아파트(출처=PIXABAY)

그런데 입주자모집공고 100개를 조사한 결과, 공동주택성능등급 인증서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가 23.0%(23개)였고, 인증서를 표시한 77개 중 57.1%(44개)는 인증서가 작게 표시돼 아파트의 성능 인증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1조에 따르면 30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에너지사용량 절감, 신재생에너지 설비 적용 등 친환경주택의 성능 수준을 입주자모집공고에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대상 100개 중 2.0%(2개)는 표시를 누락했고, 성능 수준을 표시한 98.0%(98개)의 경우에도 의무사항을 준수했다고만 표시(3개)하거나 성능 수준을 표시하는 방법이 제각각이어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가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친환경주택 성능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친환경주택의 성능 수준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서식이 필요하다.

녹색건축 예비인증(환경오염, 물순환관리 등 9개 분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예비인증(냉방, 난방, 조명 등 에너지 소요량에 대한 인증)을 받은 사실을 광고하는 경우, 본인증 시 예비인증의 내용과 달라질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조사 결과, 녹색건축 예비인증서를 표시한 입주자모집공고 81개 중 55.6%(45개)와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예비인증서를 표시한 68개 중 60.3%(41개)는 예비인증서의 크기를 작게 게시하여 인증서 하단에 기재된 주의사항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아파트 성능 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5년 이내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구매한 경험(분양, 매매)이 있는 소비자 5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4가지 성능 인증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당 인증이 아파트 구매 결정에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92.6%의 소비자가 공동주택성능등급이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다음으로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90.6%), 친환경주택의 성능 수준(87.0%), 녹색건축 인증(83.4%) 순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각 아파트 성능 인증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알고 있는 비율이 최소 35.6%에서 최대 48.6% 범위로 낮게 나타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표시 및 홍보 강화 등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아파트 구매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에 대해 설문한 결과, 성능 관련 사항 중에서는 ‘방음 수준’이 4.15점으로 가장 점수가 높았다. 이는 ‘아파트 구매가격 및 향후 가격 전망’ 4.28점에 못지않게 높은 점수로, 소비자들은 아파트를 구입할 때 가격이나 입지뿐만 아니라 방음 수준 등의 성능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아파트 성능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누리집, 카드뉴스 등을 통한 소비자 정보제공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관련 부처에는 입주자모집공고 상 녹색건축 예비인증서 및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예비인증서의 표시 의무화와 친환경주택의 성능 수준 표시 표준화, 제도에 대한 홍보 강화 등을 건의하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아파트 성능 인증 표시의 누락이나 미흡을 방지하도록 입주자모집공고에 대한 승인 심사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공동주택성능등급, 친환경 성능 수준은 입주자모집공고의 끝부분에 표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파트 청약 시 입주자모집공고를 꼼꼼히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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