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부주의한 조치로 낙상 사고 뿐만 아니라 골절 진단 지연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0세 남성 A씨는 한 병원에서 우측 서혜부 탈장 수술을 받은 뒤 익일 새벽 3시경 병실에서 낙상했다.

A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했나 의료진은 근육통으로 진단하고 진통제 및 파스를 처방한 후 같은 날 퇴원 조치했다.

이후 A씨는 MRI 검사 결과에 따라 탈장 수술 후 2개월 만에 척추성형술을 받았고, 당일 퇴원 전 섬망 증상에 대해 정신의학과 진료 후 치매 및 섬망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퇴원 후 A씨는 자택에서 거의 와상 상태로 지내던 중 퇴원한 지 한 달도 안돼 저혈당에 의한 의식 변화 및 폐렴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제2요추 압박골절, 하반신불완전마비 진단을 받았다.

섬망 및 치매 증상이 지속된 A씨는 치매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한 지 1년 반 뒤 사망했다.

A씨 유족은 A씨는 탈장 수술 후 섬망 증상이 나타나 낙상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태였으나 의료진이 낙상 예방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낙상 사고 후 허리 통증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은 정밀 검사 없이 퇴원 조치해 한 달 넘게 원인 모르는 통증으로 고통을 받았고, 탈장 수술 2개월 만에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게 돼 기력 쇠퇴 및 섬망 증상으로 결국 치매 진단까지 받게 됐다며 병원 측에 손해배상으로 2600만 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탈장 수술 후 A씨가 잠드는 모습을 확인했고, 낙상방지를 위해 침상난간 고정 및 낙상방지패드 부착 등을 확인했음에도 A씨가 침대에서 내려와 낙상 사고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즉시 당직의가 신체검진 후 근육통 소견으로 퇴원 처리했으며, 통증 지속 시 외래 방문하도록 교육하는 등 적절히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MRI 검사를 두 차례 권유했지만 보호자와 A씨가 거부해 검사 시행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A씨의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일반적인 외과적 수술 및 허리 시술은 고령의 환자에게 일과성 섬망은 일으킬 수 있으나 치매의 원인이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 경우 뇌경색 내지 뇌출혈의 과거력이 있었으므로 내과적 기저 질환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A씨 보호자가 외래 진료 시 고객 상담실을 방문해 상담을 했고, 도의적으로 외래에서 구입한 허리 보조기 경비 지원 및 추후 골절로 인한 입원 진료비 50%를 감면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기로 했으므로 유족의 해당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병원 침대 (출처=PIXABAY)
병원 침대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병원 측은 A씨 유족에게 치료비의 30%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A씨는 수술을 받은 고령의 환자로 거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섬망 증상을 보여 낙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특히 사고 전에도 두 차례나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병실에서 방황하거나 병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상태를 보였다.

의료진은 A씨를 낙상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환자 및 보호자에게 낙상에 대한 주의를 설명하고 낙상 위험에 대한 안내문을 교부하거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보호자가 자리를 비우지 않게 하는 등 충분히 교육했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진은 A씨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하도록 했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유로 보호자에게도 귀가하도록 조치했으므로, 당시 의료진은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은 낙상 사고가 발생한 직후 면밀한 이학적 검사를 시행해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나, 진료기록 등 관련 기록 상 이학적 검사를 시행했음이 확인되지 않는다. 

설령 이학적 검사 결과 A씨가 압박골절을 의심할 만한 반응이 없었다 하더라도 수술 후 무통주사가 지속적으로 주입되고 있었으므로 A씨 연령 등을 고려해 영상검사를 시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진은 막연히 근육통으로 진단한 후 당일 퇴원 조치했으며, 압박골절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의료진이 A씨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골절 진단이 지연돼 결국 A씨가 보행 불가 및 하반신 불완전마비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병원 측은 A씨 유족에게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A씨는 탈장 수술로 입원할 당시부터 섬망이 있던 고령의 환자로, 탈장 수술 그 이전부터 경도의 인지장애 또는 치매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섬망 상태에서의 치매 검사는 신빙성이 낮은 점, A씨는 비교적 단기간에 치매가 악화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일반적으로 치매가 급속도로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점을 고려하면, 낙상 사고 및 그에 따른 추가적인 수술 이후 치매가 진행됐다는 유족 측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

의료진의 과실이 유일한 원인이라기보다 A씨의 체질적 소인, 기왕 상태 등이 경합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병원 측의 책임 범위를 30%로 제한한다.

따라서 병원 측은 A씨 유족에게 치료비 1197만9159원과 위자료 400만 원을 합한 1597만9000원(1000원 미만 버림)을 지급해야 한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