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배급사 밀어주기 여전…'개훔방' '어우동' 등 상영관 확보 어려움

[컨슈머치 = 김예솔 기자] CJ CGV 서정 대표의 상생경영과 롯데시네마 차원천 대표의 나눔경영이 말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들 두 대표는 평소 상생경영과 나눔경영을 입버릇처럼 되뇌어 왔지만 상영관 배정 시 대형배급사 영화만 밀어주고 중소배급사에는 제대로 된 상영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과 지난달 29일 개봉한 <어우동 : 주인 없는 꽃(이하 어우동)>은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상영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종료됐다.

   
▲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좌), 영화 <어우동 :주인없는 꽃>(우)

<개훔방>을 제작한 삼거리픽쳐스 전 대표 엄용훈은 영화의 흥행 실패에 책임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엄용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개봉 첫 주에도 정상적인 수준에 못 미치는 개봉관을 할당받았으며 그나마 그 다음 주부터는 조조, 심야시간대가 주를 이루는 상영시간을 배정 받았다"고 성토했다.

엄 전 대표는 "대기업 상영관의 자사영화 밀어주기 횡포로 인한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중소 배급사에 대한 상영관 확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어우동>은 두 차례 개봉일을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에서 확보한 상영관은 불과 10곳에 불과했다.

이 같은 대형 배급사와 계열 멀티플렉스의 수직계열화는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다. 지난 201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 역시 불공정행위의 피해자다.

<도둑들>은 개봉한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대다수의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는 데에 비해 <피에타>의 상영관은 당시 200개에 불과했다.

김기덕 감독은 대형 배급사 쇼박스에서 배급한 영화 도둑들에 대해 "1천만 관객 기록 세우려 계속 상영하는 것이 진짜 도둑들 아니냐"며 분노를 표했다.

공식적으로 대형 멀티플렉스가 중소 배급사 등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업계 대표 관계자들은 영화 상영 및 배급 시장에서의 불공정관행을 없애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이런 전반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 배급사 ‧ 자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스크린 수, 상영 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32억 원, 약 23억 원을 받았다.

공정위는 이들 두 회사에 대해 검찰고발 결정을 내렸다.

문체부도 후속조치를 마련했다. 영화상영관 체인별로 상영 중인 영화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 정보를 공개하고 올해부터 결성되는 문체부 출자 콘텐츠 펀드는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한국영화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CGV와 롯데시네마 측은 영화 <개훔방>, <어우동>에 상영관을 제대로 배정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각 사 편성 기준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CGV 측 관계자는 “멀티플렉스는 스크린 편성 기준에서 고객 선호도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며 “<개훔방>의 경우 사전 예매량이 경쟁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개봉 첫 주 평균 좌석점유율 또한 다른 영화에 비해 평균 10% 이상 처져 개봉 2주차에 스크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극장에서는 철저하게 영화 흥행을 기반으로 편성한다”며 “자사 영화 밀어주기가 있었다면 작년 한해 CJ E&M에서 배급한 15편 영화가 모두 성공했어야 했지만 잘된 작품은 대중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수상한 그녀>, <명량>, <국제시장> 등 3편에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우동> 미상영은 <개훔방>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CGV 측 관계자는 “<어우동>을 배급한 리필름의 전작 <전망좋은집> 등을 살펴보면 극장에서 상영하자마자 IPTV에서 개봉해 부가판권을 염두에 두고 극장 개봉을 추진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한정된 스크린 하에서 부가판권을 감안한 작품 상영 시, 다른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스크린에 있어 손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롯데시네마 측 관계자는 “프로그램 배정에 관련된 내용은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며 “<개훔방>이나 <어우동>의 경우도 회사 측에서 매주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배정하는 기준에 따라 배정했다고 보면된다”면서 자세한 기준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배정할 때 충분히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있고 일방적으로 특정영화에 불이익을 주진 않는다”며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해 프로그램을 배정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 이유태 과장은 “지난해 CGV와 롯데시네마가 받은 시정조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한 상태지만 아직 최종 의결서를 발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정조치 내용과 과징금 규모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 부분은 서비스업감시과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관리관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과징금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정조치 이후에도 반복되는 위반행위에 대해 이 과장은 “동일한 위반행위가 있다면 가중 처벌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시정명령 불이행으로도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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