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자본규제 강화 등 자본확충 필요성 대두…한은 "불안요인" 경계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은행권에 새로운 자본확충 수단으로 떠오르는 조건부자본증권, 이른바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 코코본드 발행 ‘봇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처음 발행을 시작한 국내 은행의 코코본드는 2014년 2조8,6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3조3,500억 원으로 발행이 늘었다. .

올해 들어선 지난 3월 신한은행이 3,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뒤 전북은행, 광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이 잇따라 발행에 나서면서 5월 기준 발행 잔액이 12조 원에 달할 정도다.

지난달 19일 부산은행이 홍콩과 싱가포르, 유럽 투자자를 대상으로 후순위 채권형 달러 표시 조건부자본증권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경남은행도 1,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민영화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은행도 자본 확충을 위해 해외에서 5억 달러(약 5,7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을 지난 1일 결정했다.

이밖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도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으로 코코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코코본드가 뭐길래?

코코본드는 은행에 파산 등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하거나 보통주 자기자본비율의 기준 미달 시 자동으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채권이다.

다시 말해 코코본드는 발행 은행이 경영개선 명령을 받거나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들이 모두 주주로 전환되기 때문에 은행 측이 원금 및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 도입된 지 불과 2년 밖에 안 됐지만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코코본드 발행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조선사와 같이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시 자연스럽게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늘어나는데 이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바젤Ⅲ하의 강화된 자본규제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은행권의 선제적 대응이다.

코코본드는 부채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돼 은행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코본드 안전한가?

코코본드는 얼마 전까지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기준금리가 1%대 진입하는 등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3∼4% 포인트 높게 적용되지만, 만기도 길고 발행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내포돼 있는 만큼 위험부담이 큰 상품이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이면서 채권처럼 매년 이자를 지급하는 신종자본증권(Tier1)과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Tier2)로 구분되는데 국내에선 안정성이 더 보장되는 후순위채에 투자가 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코코본드의 두 얼굴

이뿐만 아니다 코코본드의 무분별한 발행은 향후 역풍으로 되돌아 올 위험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의 1위 은행 도이치뱅크발 코코본드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도이치뱅크가 올해 초 실적 악화로 코코본드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자 독일을 비롯한 유럽 증시가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이 때문에 발행을 늘리고 있는 국내 상황과 달리 해외에서는 코코본드가 은행의 신인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발행액이 뚝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코코본드는 위기 시 은행의 복원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이자미지급 가능성이 제기되면 발행은행의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은행권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의 경우 잠재적 위험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나 코코본드 발행이 늘면서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또한 “투자자의 원금 및 이자 손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금융기관이 코코본드의 내재된 위험을 일반 고객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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