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지급 목록 발표…韓업체 배터리 탑재 차량 제외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삼성SDI, LG화학 등 한국 자동차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홀대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만 ‘쏙’ 뺐다

최근 중국 공업화신식부가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을 통해 총 498개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 차량을 공개했다.

공업화신식부는 공개 후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명단을 수정하면서 일부 모델이 제외됐는데, 전부 한국 업체가 제조한 배터리를 탑자한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다.

   
▲ 삼성SDI 중국 현지 공장 (출처=삼성SDI)

제외된 전기차는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자동차 4톤 전기 트럭, 상하이GM 캐딜락 하이브리드, 상하이자동차 룽웨 하이브리드 2개 모델 등 4개와 삼성SDI 제품을 탑재한 산시자동차 6톤 전기 트럭으로 총 5개 모델이다.

이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자, LG화학과 삼성SDI의 주가도 연이어 하락하고 있다.

LG화학은 2일 17시 기준 전일대비 8,000원(-3.07%) 떨어진 25만3,000원, 삼성SDI는 전일대비 3,000원(-2.75%) 떨어진 10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전기차 보조금 지급 목록을 살펴보면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업체들의 제품을 탑재한 차량도 다수 포함돼 있다.

비단 LG화학과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해당 차량들이 목록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의 행보가 노골적인 ‘사드 보복’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차값의 30~50% 가량을 배터리가 차지한다"며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을 선택할 것이고, 보조금 지원 목록에서 제외되면 결국 해당 모델의 판매량과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삼성SDI 소형전지의 경우 중국 전기자동차 정책 불확실성 지속으로 대폭적인 실적 개선이 제한적이다”라며 “중대형 전지 또한 중국 가동률 회복 지연으로 고정비 부담이 지속돼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화학과 삼성SDI 관계자들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들이 보조금 목록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사드 보복이라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면서도 "아직 내부적으로 관련 사실들에 대해 확인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韓업체들, 중국 넘지 못하나

거세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견제 속에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에 대한 업계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수정안 초안을 발표하며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전지 연간 생산 능력을 기존 기준치보다 40배나 상향시킨 바 있다.

중국 정부는 해당 초안에서 리튬이온전지 연간 생산 능력으로 최소 8Gwh를 제시했는데, 현재 LG화학과 삼성SDI는 2~3Gwh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 LG화학 중국 현지 공장(출처=LG화학)

결국 국내 업체들이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현지 공장 증설 등 시설 확장이 필요한데, 이는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장기 작업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자국 진출을 사실상 봉쇄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로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기준은 초안으로서 이 달까지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는 분위기는 이전부터 감지돼 왔던 부분”이라며 “최근 배터리 인증과 관련해 기준 초안을 까다롭게 공개했던 사항도 있었고, 그 연장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초안은 아직 의견수렴 단계에 있으며, 마감 공고는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LG화학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국 쪽이 큰 시장이다 보니 계속해서 시장 진입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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