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5천억 자본확충 성공…케이뱅크 19개 주주사 전원 동의 난항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행보가 점차 엇갈리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을 달고 한 발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보다 뒤늦게 문을 연 카카오뱅크가 실적은 물론 자본확충 문제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하며 훌쩍 앞서가는 모양새다.

▶카뱅 5,000억 유상증자 결정, 케뱅은 여전히 불투명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비슷한 시기 자본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희비가 엇갈렸다.

예상보다 빠른 신용대출 수요 급증으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조기 증자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 지으며 한 시름 덜게 된 반면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당초 케이뱅크는 올해 연말, 카카오뱅크는 내년 정도로 각각 유상증자 시기를 재고 있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5일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 8,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출자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 국민은행, 카카오를 비롯한 주주들이 주금 납입을 무사히 완료했다. 이 가운데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경우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2,9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58%로 증가했다.

앞서 지난 11일 카카오뱅크 이사회는 주주들의 출자로 기존 3,000억 원이던 자본금을 8,000억 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유상증자 계획을 결의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수혈로 자본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대출여력이 커져 더욱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하게 됐다. 지난달 27일로 출범 한 달 만에 대출잔액 1조4,000억 원을 넘어서며 한계치 임박하자 대출신청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고객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반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자본금을 2,500억 원에서 3,500억 원으로 늘리는 1,000억 원을 유상증자하기로 의결했지만 모든 주주가 참여할 지 미지수다.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3대 대주주를 제외한 16개 주주사가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80억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부 주주들의 경우 할당량 인수가 힘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T의 경우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추가 인수 여력이 2% 수준으로 최대 70억 원에 불과해 규제에서 자유로운 금융사인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이 지분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또한 새로운 주주를 영입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지만 기존 19개 주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발은 한 발 먼저, 성적은 한 발 뒤

현재까지 고객 모집 수나 실적 등의 수치 면에서도 카카오뱅크가 앞서 출범한 케이뱅크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영업 시작 하루 만에 약 30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돌풍 일으키며 케이뱅크가 2개월 만에 달성한 가입자 수를 훌쩍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이후 출범 한 달 만에 계좌개설 건수 300만 건을 돌파했으며, 수신과 여신은 각각 1조9,580억 원, 1조4,0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체크카드 발급 신청도 216만 건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영업을 개시 한 케이뱅크가 현재 5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수신과 여신 각각 6,900억 원, 6,300억 원을 기록 중인 것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의 무서운 더욱 파급력을 실감케 한다.

카카오뱅크의 선전을 의식한 듯 케이뱅크는 지난 달 초 영업 시작 후 처음으로 예금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문제가 해소되면 금리 및 수수료 인하, 서비스 플랫폼 확대를 두고 하반기 두 인터넷 은행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성적표에서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순손실 405억3,200만 원을 기록했다. IT 설비 구축 등 사업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대규모로 투입되면서 수익보다 비용 지출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도 상반기 총자본이 3,000억 원에서 2,616억 원으로 줄었다. 카카오뱅크는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올해 상반기에는 별다른 수익이 없었고 회사 출범을 준비하면서 판매관리비와 기타 영업 비용이 들어 187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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