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OE 선물 상품 상장 '제도권 진출'…정부 "가치 없다" 강력한 규제 예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들어가 말아? 가격이 너무 높지 않나. 이제는 정말 고점 아닐까. 주변에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하겠다는 단계까지 왔으니 정말 끝물 아닐까. 지금 들어갔다가 거품이 확 꺼지면 어쩌지”

올해 비트코인이 300만 원일 때도, 1,000만 원일 때도, 그리고 2,000만 원을 돌파한 지금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계속되는 고민이다.

하루에도 수백만 원이 오르내리는 화폐, 현재 대한민국은 그 비트코인에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호화폐, 가상화폐의 개념을 전혀 모르는 노인과 고등학생들마저 용돈벌이로 비트코인 투자에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됐다.

올해 초만 해도 120만 원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은 12월 초 2,000만 원을 돌파하며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지난 1년간 무려 10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 올해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출처=국회정무위원회)

비트코인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지난 2009년 단돈 1센트(약 160원)에도 못 미쳤던 가격과 비교하면 더욱 놀랍다. 탄생 7년 만에 100만 배 가까이 치솟았다. 만약 초기 비트코인을 약 16만 원어치(1,000개) 샀다면 현재 가치로 200억 원대 자산가가 될 수 있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트코인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진단은 엇갈린다.

비트코인이 금이나 일반 화폐처럼 안정적 자산으로 자리잡을 것인지, 아니면 한 순간의 거품으로 사라져버릴 것인지 현재로선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그 가치를 장담할 수 없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이후 고점 논란은 꾸준히 있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도 매일같이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반대로 하룻밤 사이에도 20~40%씩 가격이 폭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은 시장의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다만 비트코인 앞날에 ‘그린라이트’를 가리키는 움직임은 몇몇 포착된다.

11일 오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정식으로 상장했다. 이어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도 오는 18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마침내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현실이 됐다.

반면 비트코인 광풍의 중심에 있는 한국은 비트코인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과는 무관하게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조만간 더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이 여전히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며 불안안 모습이지만 결국 제도권에 진입한 가운데, 강력한 규제로 비트코인을 통제하는 우리 정부의 방향이 자칫 시대 흐름에 역행하거나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 나온다.

▶선물거래 시작 “이제는 투기 아닌 투자?”

11일 CBOE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으로 비트코인의 제도권 데뷔가 이뤄졌다.

미국 주요 규제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6주간의 논의 끝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승인했다. 비트코인 선물은 월가에서 정식 거래되고 연방 정부의 감독을 받게 된다.

이어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도 선물 상품을 상장하고 세계 2위 증권거래소인 나스닥도 내년 상반기 비트코인 선물 출시를 계획 중이다.

뉴욕 소재 투자은행 칸토 피츠제랄드 역시 내년 상반기에 비트코인 파생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최근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자산시장 내 거래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거래소들이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 전세계 가상화폐거래소 거래량 (자료출처=국회정무위원회)

선물거래(futures trading)는 장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약정하는 거래로,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것이다. 고로 선물거래가 시작되면 비트코인도 다른 상품처럼 가격 상승과 하락에 모두 베팅이 가능하다.

대신증권 박춘영 연구원은 “비트코인 선물거래는 비트코인의 한계점으로 꼽히는 가격 급등락의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비트코인 투자의 접근성도 높여줄 전망”이라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수단이 파생상품, ETF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면서 비트코인의 가치 또한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의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화폐 가치로서 논란이 많았던 가상화폐가 처음으로 제도권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금, 원유, 주식과 같은 자산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비트코인의 지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인데 그만큼 장래성도 더욱 밝아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리오 멜라메드 CME 명예회장은 "비트코인은 주요 투자자들이 이를 거래하고,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게 되면 금이나 주식과 같은 지위를 가진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ME의 선물 거래 도입은 비트코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규정을 마련해 비트코인을 검증된 거래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CBOE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 존 디터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과거 약 5년간 50배 상승하며 금과 원유 시장의 개설기와 비교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기관투자자의 참가와 규제 정비, 사이버 보안 확충 등을 고려한 결과 금융 파생상품 시장 창설 시기가 다가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석달 전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가상화폐 광풍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보다 더 악질적인 사기이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어리석은 직원은 즉시 해고할 것”라고 깎아내린 바 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제이피(JP)모건도 내부적으로는 선물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암호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비트코인 등의 선물거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상화폐를 하나의 결제수단으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하며 가상화폐 제도권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일본 기업회계기준위원회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기업들의 보유자산으로 인정하는 회계규칙을 발표했다. 내년 회계연도부터 비트코인이 기업자산으로서 시가를 통해 평가되며 가격변동에 따라 손익이 계상된다.

앞서 지난 4월 일본 금융청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는 한편, 구매(환전) 시 부과되는 소비세를 폐지함으로써 거래 활성화를 이끌었다.

여태껏 규제나 관리 감독이 없이 이뤄지던 비트코인 거래가 점점 주요 선진국 제도권에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범죄 악용 가능성, 거래과정에서 보안취약성, 급격한 가격변동성 등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약점을 꼽히는데 규제도입을 통해 거래 신뢰도 향상과 가격 안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韓 정부 비트코인 빗장...무조건 막는게 답?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 신드롬이 가장 뜨겁게 불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가 비트코인에 대처하는 현 주소는 어느 지점일까? 안타깝게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과 정비례로 정작 가상화폐 관련 법규나 정비 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을 따라 인가제를 도입해 가상화폐를 제도화시켜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주장과 가상화폐를 거래수단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다음 두 번째로 ICO(가상화폐공개)를 금지한 나라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되풀이 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대책 주무부처를 금융위에서 법무부로 이관하고 ‘가상통화 대책 TF’를 발족, 가상화폐 투기 부작용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법무부 측은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통화의 안전한 거래를 보증할 뿐, 가상통화 자체의 가치를 보증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는 가상통화가 미래의 화폐 또는 미래의 금이 된다고 주장하나, 가상통화는 권리의무 관계 등 내재된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그 가치와 강제통용을 보증할 국가나 기관도 없어 언제든지 신뢰가 상실돼 폭락할 위험이 있어 미래의 화폐나 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도입에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던 국내 증권사들도 자연스럽게 '올스톱' 상태다. 신한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각각 관련 세미나를 개최를 전면 취소했다. 금융위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선물거래는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증권업계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관계당국에서 관련 통보를 받고 취소하게 됐다”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소개하는 세미나였는데 상품 매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세미나의 필요성이 사라져 내리게 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몸값...한 때 2,400만 원 돌파

가상화폐 거래를 인위적으로 막기만 하는 것이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있는지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이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시장 건전성을 위해서는 거래소 인가제 등을 통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시장의 투기성이 우려스럽다면 그 시장을 제대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거래소 등의 사고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제도적 틀이 없어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제방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박용진 의원도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도 가상통화를 이용한 ICO에 대해 증권법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용자보호를 위해 법적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천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ICO는 IPO 및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에 비해 불분명성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을 금지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효율성의 여지를 검토도 없이 배제하고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관에서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올바른 방도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블록체인과 가상통화와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정부 규제가 혁신을 막고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 세계적으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끼리도 가상화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비트코인 투기에 대한 논란과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가상화폐를 무엇으로 보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그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정답을 모른다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와중에도 비트코인의 몸값이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주 2,000만 원대를 돌파한 뒤 곧장 40%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더니 첫 선물거래가 시작된 11일 반등하며 다시 2,000만 원에 다가서고 있다. 

정부의 규제는 일시적인 브레이크 역할을 하지만 아직 큰 흐름을 막아서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비트코인으로 인한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주사위는 정체불명의 그 누군가(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 이 마저도 정확하지 않다)에 의해 던져진 지 오래이다.

여전히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에 대한 물음부터 시작해서, 거래소·거래방법도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투자자를 위한 안전장치는 물론이고 심지어 규제조차 명확치 않다.

시장의 안정, 투자자 보호, 글로벌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정책 등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등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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