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벤츠'에 밝히고 '그랜저'에 치이고

현대차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제네시스의 누적판매량은 5만1,096대로 전년 동기(6만1,025대, 에쿠스 포함)와 비교하면 16.27%나 감소했다. 지난 9월 G70이 출시됐음에도 전체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업계는 플래그십인 ‘EQ900’의 판매량이 감소했으며, 주력 세단 ‘G80’이 현대차 ‘그랜저IG’와 경쟁차종에 놓이면서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잠식)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제네시스 EQ900(출처=제네시스 브랜드)

지난해 11월까지 EQ900의 누적 판매량은 2만2,276대였다. 반면, 올해 같은 기간에는 1만1,491대를 판매하며 48.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쟁차량인 ‘BMW 7시리즈’나 ‘벤츠 S-Class’는 9,000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수입차가 대중화 된 지금은 과거처럼 국산차라고 해서 무조건 판매량이 높은 때는 지났다. 더욱이 고급 차량일수록 수입차와의 경쟁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주력 세단 G80도 사정은 비슷하다. G80은 올해 11월까지 누적판매량 3만6,67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만8,707대를 판매해 5.26% 감소했다.

반면 그랜저IG는 올해 11월까지 12만3,000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138.89% 증가했다.

두 차량은 각각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모델인 만큼 소비자들은 두 차량 모두 고급차량으로 인식한다. 

▲ 제네시스 G80(출처=제네시스 브랜드)

후륜구동(FR)인 G80과 전륜구동(FF)인 그랜저IG는 제품 특성이 전혀 다르지만 대형 세단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차급은 물론 성능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그랜저IG가 2,620~4,160만 원인 반면 제네시스 G80은 4,880~7,440만 원이기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값을 주고 제네시스를 타야만하는 가치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가 줄 수 있는 프리미엄이 가격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 판매량 하락…“브랜드 인지도가 원인”

해외시장 상황은 또 다르다. 프리미엄 차량의 종가인 유럽시장에서 제네시스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으며,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도 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이 좋은 상황도 아니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 데이터 조사 웹사이트 ‘굿카 배드카(Good Car Bad Car)’의 자료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11월까지 미국에서 1만8,664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2만9,372대(에쿠스 포함)를 판매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년대비 누적 판매량은 36.45% 감소했다.

▲ (출처=제네시스 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며 현대차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감소했다”라며 “또 G90(EQ900)과 G80 등 대형 세단에만 국한돼 있어 미국 소비자가 원하는 차급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판매량이 떨어진 원인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신생 브랜드이기때문”이라면서 “론칭 이후인 지난해 8월~11월까지 누적판매량과 올해 같은 기간 판매량을 비교하면 G80은 평균 300여 대, G90의 경우 240여 대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제네시스 자체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제네시스(브랜드 론칭 전 모델 포함)의 점유율은 미국 전체 자동차시장 중 약 0.18% 수준이다.

▲ 美 2016년 1~11월 프리미엄 車브랜드 누적판매량 및 점유율 도표(자료출처=GOOD CAR BAD CAR)

▲벤츠(37만4,540대, 2.14%) ▲BMW(31만3,174대, 1.79%) ▲아우디(21만213대, 1.20%) ▲렉서스(33만1,228대, 1.89%) ▲어큐라(16만1,360대, 0.92%) ▲인피니티(13만8,293대, 0.79%) ▲캐딜락(17만6대, 0.97%) ▲링컨(11만1,724대, 0.64%)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차종이 ‘G90’과 ‘G80’ 밖에 없다. 브랜드 론칭 이전엔 ‘제네시스DH’ 밖에 없었다. 다양한 차종을 오랜 시간 판매해 온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별도 법인 신설과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에게 제네시스와 현대차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과거부터 이어지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동감한다. 향후 G70과 SUV 라인업이 추가되고, 자체 판매망을 갖추면 점유율은 자연스럽게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브랜드 스토리 역시 점차 쌓일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별도 법인 설립에 관해서는 “답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대중차 브랜드인 현대차의 점유율 하락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만 잘 팔아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점유율을 함께 올리는 투트랙 전략을 지금처럼만 잘 유지한다면 10년 이내 제네시스 브랜드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