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분식회계 논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 바이오株들이 일제히 타격을 입으면서 사측과 금융당국간의 대립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감독원이 감리 정보를 무분별하게 언론에 유출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한 것인데 금감원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 대응을 펼친 것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관련 논란을 심의하는 금융당국의 감리위원회가 일반 재판처럼 진행되는 '대심제'(對審制)로 결정되면서 양측 공방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공개 정보유출 유감" vs “투자자 보호 차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회계처리 위반과 관련된 금융당국의 미공개 정보 유출에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현재 진행 중인 감리절차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조치사전통지서를 전달받을 때 보안에 유의하라는 통보도 함께 받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노출되는 현 상황에 대해 커다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치사전 통지서 내용을 사전 협의 없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공문을 추가로 보내면서까지 사측에는 거듭 보안을 강조했던 금감원 측이 미공개 정보를 먼저 나서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에 대해 우회적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특히 사측은 금감원 측이 ‘조치사전통지서 발송'에 대해 이례적으로 언론에 사전 공개한데 이어 '금감원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내렸다'는 내용과 조치사전통지서에 게재된 '조치 내용' 등이 보도된 것을 문제 삼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해당 내용들이 당사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금융감독원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사화됨에 따라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그 동안은 제재가 최종 확정되기 전에 이런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측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정보를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금감원은 미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결과 조치예정안 사전통지의 시기, 사전통지사실의 공개방법 등을 금융위에 알렸으며, 현행 금융위 규정(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상 사전통지 업무가 금감원장에 위탁돼 있어 사전통지에 관한 사항은 금감원이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사안 자체가 크고 다수가 연관돼 내부적인 고민과 법적인 부문을 고려해 시장에 영향을 덜 미칠 수 있는 시기를 정한 것”이라며 “가장 시장에 영향을 덜 미칠 수 있고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자료를 발송했다는 것을 언론에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 부원장은 17일 감리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감리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식회계 논란을 심의하는 감리위원회는 대심제로 열릴 예정이다. 대심제는 제재 대상자와 검사부서가 동석하고, 법원의 재판과 같은 형식으로 제재심의위원 질의에 번갈아 답변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충분한 소명기회를 얻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찌감치 금융위에 대심제를 요청했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양측의 치열한 공방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며 최종 제재 결정 지연 가능성도 전망된다.

▶대장주 악재에 바이오주 일제히 ‘출렁’...투자자 개인소송 ‘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회계 조작을 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금감원 발표에 따라 주식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대비 8만4,000원(17.21%) 하락한 40만4,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 날 개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거래를 제한하는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30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에 해당 기간동안 주가가 약 13만원가량 주저앉았다. 시가총액 약 10조원이 사라진 것이다. 최근 이틀간 반등에 성공했지만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 3형제를 비롯해 한미약품, 네이처셀, 차바이오텍, 신라젠 다른 바이오주도 동반 하락하는 등 악몽의 한주였다.

국내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닥친 악재가 전체 바이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까지 키운 여파로 풀이된다.

회직 회계 조작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먼저 정보를 공개하면서 주가 급락 등 여파가 커진데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발끈하고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회사와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예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법무법인 한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소송을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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