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글로벌 악재 돌출로 국내 자동차 산업 미래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도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다.

지난 2일 현대차 노조는 파업 돌입 여부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노조원들 중 88.82%에 해당하는 4만4,782명이 투표에 참석했으며, 투표 참여 인원 중 65.62%인 3만3,08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 참여 인원 중 과반수가 찬성함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언제든 파업을 강행할 수 있다.

이미 올해 초 2017년 임단협과 연계한 파업을 진행했고, 지난 5월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한 파업을 벌인 현대차 노조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했으며, ▲수당 간소화와 임금체계 개선 ▲조건 없는 정년 60세 적용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등을 추가로 주장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 측은 기본급 3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200%+10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괄제시안을 내놨으나 노조 측이 거부하면서 끝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지난 2일 “오는 10일까지 집중 교섭을 실시해 결과에 따라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향후 노조 측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이어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맞춰 오는 13일 예정돼있는 6시간 부분파업과 상경투쟁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성비 나쁜 현대차 노조…치솟는 임금, 추락하는 영업이익

현대차 노조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나 이해 범위를 벗어난 '귀족노조', ‘파업노조’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파업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2016년의 경우 24번의 파업을 벌였으며, 지난해는 19번의 파업을 강행했다. 이를 피해액으로 환산할 경우 2016년 3조1,000억 원, 2017년 1조6,200억 원 등 2년간 4조5,600억 원에 달한다.

매년 5% 이상(10~15만 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현대차 노조에 결국 사 측도 두 손 두 발 다 든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노조는 결국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등 자신들의 요구를 모두 관철시켰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임금비율은 매년 높아졌고, 2015년 기준 12.2%로 세계최고 수준을 기록했다.(2015년 기준 평균임금 ▲현대차 9,600만 원 ▲토요타 7,960만 원 ▲폭스바겐 7,840만 원)

반면 근로자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HPV(Hour Per Vehicle,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시간)의 경우 26.6시간으로 나타나, 경쟁사인 토요타(24.1시간)와 폭스바겐(23.4시간) 보다 길었다. 한 마디로 현대차는 고임금 저효율의 표본인 셈이다.

더욱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감소세는 절망적인 수준이다. 지난 2015년 6조3,579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2016년엔 5조1,935억 원으로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는 4조5,746억 원을 기록하며 5조 원의 벽마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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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악재에 '휘청'

문제는 대외적인 상황도 현대차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 적자의 주요 원인인 자동차 분야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차와 수입부품들에 25%에 달하는 관세폭탄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완성차 업체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유럽과 일본 자동차 업체 역시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상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대중차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가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으며,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인지도가 확실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데다 미국 내에서도 대중차로써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실제로 프리미엄시장을 노리고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짧은 역사와 낮은 인지도로 매년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88만8,519대로, 이중 미국 시장의 판매량은 17.74%인 33만5,048대(현대+제네시스)에 달한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17%가 넘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량만 보면 소폭 감소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전년 판매량(34만6,360대) 대비 3.26% 감소했다. 이는 올해 '코나'를 미국 시장에 신차로 선보인 상태에서 나온 수치라 더욱 암울하다. 

중국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현대차는 성능 좋은 차량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유럽 업체들과 저렴한 가격의 현지 업체 사이에서 갈 길을 잃었다.

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이 올 들어 해소되면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두 국가를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로써는 손을 쓸 수 없는 악재가 계속 돌출되는 형국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미국이 관세를 25% 부과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장점인 현대차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사 측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경우처럼 서서히 가동률을 줄이다가 결국 공장을 폐쇄하거나 임금이 싼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 배 불리기, 자리보존에만 급급한 현대차 노조의 현 행태가 지속될 경우 결국 피해자는 노조 스스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사측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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