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현물가 8달러 붕괴…성장률 하락 전망
공급과잉·저가 반도체 러시 등 원인 지적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인 D램의 가격이 8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일각에선 지난 5년간 지속됐던 호황이 끝나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25일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3일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현물가격이 7.93달러를 기록해 올해 초 기록했던 9.65달러에 비해 17.8%나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 1월 4.05달러의 가격을 기록했던 낸드플래시(64GB 제품) 역시 3.32달러로 17.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가격은 날마다 책정되는 가격이 다르다. 도‧소매 업체가 수요 업체들과 반도체를 거래할 때 책정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현물가격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듯 전일대비 350원 내린 4만6,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점유율도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점유율 추이를 보면 45%대에서 44.9%를 기록하며 실제 점유율이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줄곧 45%를 지켜온 삼성전자다.

▶반도체 값 하락 원인…‘공급과잉’, ‘中 반도체굴기’

업계에선 D램 가격 하락의 원인을 ▲공급과잉 ▲中 반도체 업체의 저가 반도체 러시 등으로 보고 있다.

먼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더디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휴대폰 교체주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올해 성장률을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PC시장도 스마트폰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인다. 그나마 올해 2분기의 경우 6년만에 성장세로 돌아선 것인데, 기업용 PC 시장 교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PC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PC시장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도 평택 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SK하이닉스는 청북 청주에 신설한 생산라인을 조기에 가동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굴기’를 앞세우고 있는 중국 업체들 또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할 예정이어서 내년 반도체 시장의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해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며, 칭화유니그룹은 시노IC캐피탈과 손잡고 17조 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투자회사를 세우겠다고 지난 14일 발표한 바 있다.

▶증권가 의견 상반돼

국내 주력 산업인 D램 반도체 시장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증권가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 산업은 그간 구조적 공급 제한과 수요 성장 속 안정적 업황을 유지했지만 하반기 중 삼성전자의 지배력 확대 전략이 추구되며 업황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삼성전자가 D램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추구했으나, 점유율 확대를 위해 물량 위주로 메모리 사업전략을 전환하면서 업황이 3분기 단기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문 중 낸드플래시와 IM(휴대폰) 수익성이 둔화돼 D램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전사 이익을 견인해야 한다”며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D램 이익 우상향을 유지하려면 공급 조절, 제품가격 수성, 원가 절감 전략이 최우선으로 거위의 배를 조급하게 가르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D램 사업 전략이 물량위주가 아닌 수익성 위주 방향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사업전략을 바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D램 가격 우려는 지나치다는 해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