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협회, 주행 시험 통해 리콜 대상 차량서 '바이패스 밸트' 이상 작동 확인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자발적 판매중단 검토하겠다"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BMW 화재의 또 다른 원인이 밝혀지는 것일까.

리콜 대상 BMW 차량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원인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주행 중에도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도록 설계된 전자제어장치(ECU)라고 주장했다.

즉, 국내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적해온 소프트웨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화재 원인을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등 하드웨어적 결함이라는 BMW 입장을 전면 반박하는 주장이다.

▶소프트웨어 결함 근거 밝힌 ‘소비자協’…사측 “獨 본사에 확인 요청, 당장 입장 변화 없어”

소송지원단에 소속된 자동차 전문가들은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차량 2대와 리콜 대상인 BMW 차량 4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있는 반면, 리콜 대상인 차량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현상이 발견됐다.

통상 디젤 차량은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EGR로 보내 냉각한 뒤 다시 엔진으로 보낸다. 그런데 EGR에 들어간 배기가스 중 일부는 냉각기(쿨러)를 거치지 않고 뜨거운 상태로 곧바로 엔진으로 들어간다.

이 때 우회로 역할을 하는 부품이 바이패스 밸브다. 쿨러를 거치지 않을 경우 냉각수를 통해 배기가스의 온도를 낮추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50도 이하의 낮은 온도인 냉각수가 필요하다.

즉, 냉각수의 온도가 50도 이하일 경우에만 ECU가 바이패스 밸브를 제어해 배기가스를 엔진으로 들여보내야 하는데, 리콜 대상 차량들은 냉각수가 50도보다 높은 온도일 때도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것이다.

지난 28일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 소속 전문가들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출처=YTN뉴스 영상 캡처)
지난 28일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 소속 전문가들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BMW 화재 주요 원인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주장했다.(출처=YTN뉴스 영상 캡처)

소송지원단장인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칙적으로 배기매니폴드(배기 다기관)로부터 최대 500∼600도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면 평소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야 하는데, 리콜 대상 차량은 주행 중에도 열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러 전문가와 논의한 결과, 여기에서 나온 뜨거운 배기온도가 EGR과 쿨러 등에 손상을 주고 화재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과학수사과 교수는 “바이패스 밸브는 ECU가 전환밸브를 동작하는 방식으로 제어가 이뤄진다”며 “결국 BMW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를 열 경우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ECU를 이처럼 위험하게 세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BMW가 ECU를 무리하게 설정한 이유는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앞서 BMW는 지난 6일 독일 본사 임원들이 참석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4가지 조건이 성립됐을 때만 화재로 이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BMW 측이 밝힌 특정 조건은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 ▲높은 누적 주행거리 ▲장시간 차량 주행 ▲열려있는 바이패스 밸브 등이다.

당시 BMW 측은 바이패스 밸브 열림 현상을 화재 원인 중 하나로 봤을 뿐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소송지원단 소속 국내 전문가들은 BMW가 배가가스 배출량을 낮출 목적으로 바이패스 밸브가 위험한 수준까지 열리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정했다는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이에 BMW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이 공개한 자료로 독일 본사에 확인을 요청해놓은 상태다”며 “본사 답변을 받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종전의 EGR이 화재 주원인이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BMW, 리콜 대상 차량 ‘자발적 판매중단 검토’…대부분 단종된 차량, ‘말’뿐이라는 지적도

한편, 같은 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 박순자 자한당 의원)에서는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은 국토위 소속 강훈식 더민주 의원의 질문에 ‘판매 중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BMW코리아가 판매사(社)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문제가 된 BMW에 대해 판매중지 의향이 있느냐”고 김 회장에게 질문했고, 이에 김 회장이 “문제가 된 차량에 대해 판매 중지를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이다.

하지만 BMW관계자는 “자발적 판매중단에 대한 얘기가 나온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BMW코리아 내부에서 추가적으로 나온 의견은 없다”며 “또 판매 중단과 관련해 BMW코리아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만큼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리콜 대상 42개 차종이 2016년 이전 모델로 현재는 판매되지 않는 차량이며, 2017년형 이후 차종은 BMW측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김 회장의 ‘판매중단’ 발언이 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판매중단에 관한 논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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