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아빠육아⑭

[컨슈머치 = 김은주 송수연 전향미 기자] 일과 가정의 양립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시대임에도 여성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아직도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려운 과제로 남겨져 있다.   

한국워킹맘연구소는 이러한 육아 고민을 가진 엄마, 아빠를 위해 개설됐다. 2009년 9월 20일 워킹맘연구소는 일과 가정의 양립, 지혜로운 육아를 돕기 위해 첫 문을 열었다.

현재 워킹맘과 워킹대디, 육아를 담당하는 모든 부모를 위해 필요한 콘텐츠를 개발·제작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육아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점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이 육아 관련 영상 콘텐츠를 촬영 중이다(사진=컨슈머치).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이 육아 관련 영상 콘텐츠를 촬영 중이다(사진=컨슈머치).

<컨슈머치>는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을 만나 ‘워킹대디’가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부분과 아빠의 육아 참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들어 보기로 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 그곳에서 그녀는 초보 육아아빠를 위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기자가 가장 먼저 질문한 것은 한국워킹맘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주요 활동에 대해서였다.

한국워킹맘연구소는 워킹맘, 워킹대디를 위한 전문기관이에요. 유튜브 영상 등 콘텐츠 개발을 하고 있고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간담회도 하고 글도 쓰고 있어요. 또 기업에 출강을 나가기도 해요. 워킹대디와 맘을 위한 교육 및 상담을 진행하죠”

방송 콘텐츠 제작을 통해 만난 아빠들과의 만남도 끊임없이 이어가며 커뮤니티도 형성하고 있다는 그녀는 처음 연구소를 개설했을 때와 달리 아빠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와 현재 모두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열망은 늘 존재했어요. 다만 2009년 당시만 해도 아빠들이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육아에) 참여하려는 아빠들이 늘고 있는 거죠”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늘었다.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지만 아빠들이 직면하는 현실적인 한계와 고민은 여전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빠들의 경우 가장 먼저 복직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수밖에 없어요. 본인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을지, 복직 했을 때 포지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실제로 육아휴직을 썼던 남성들 가운데 회사의 압박으로 퇴사를 했다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또 집은 서울인데 지방으로 발령이 나기도 하고요. 이러한 불이익을 예상하고도 육아휴직을 쓰는 대다수의 남성들은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죠

출처=컨슈머치.
출처=컨슈머치.

직장 다니며 아이를 보는 워킹대디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아내’와의 갈등이다.

“아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에 서운함을 많이 느끼더라고요. 아내의 말투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어요”

반대로 워킹맘들도 남편육아와 관련된 고충이 있다.

“일단 남편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는 분들이 많죠. 기본적으로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차 있어요. 남편은 아이 육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남편의 육아에 대해 불만인 아내에게 이 소장은 몇 가지 제언을 했다.

“남편들은 일단 육아의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죠. 보통 아내들은 ‘수연이 좀 봐줘’라고 남편에게 부탁을 하죠. 그럼 남편은 정말 수연를 보고만 있어요. 답답한 노릇이지만 어쩔 수 없는 차이에요. 그러니 남편에게는 구체적으로 도움을 구해야 해요. 본인도 육아 초기 적응기가 필요했듯 남편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남편이 잘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해요

자녀가 태어난 뒤 100일까지 아이가 2시간 마다 자고 깨기를 반복하는 시기가 있어요. 이때 부모의 각방 쓰기는 위험해요. 출근하는 남편을 생각한 아내의 배려이지만 이 부분도 육아의 일부거든요. 이 시기를 함께 보내야만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남편이 공감해 줄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내가 왜 잠을 자지 못했는지 깊이 이해해 줄 수가 없거든요”

실제로 남성 육아휴직자의 대부분이 육아를 통해 아내를 이해하게 된 면이 크다는 걸 가장 큰 소득으로 여겨요. 퇴근 후 집에 오면 왜 아내가 짜증을 내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무엇보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24시간 아이와 붙어 있다 보면 아내가 느끼는 육아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아도 체득하게 돼죠. 육아의 어려움을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일찍 귀가해 동참하려는 노력도 하게 되고요. 아내는 어려움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남편의 사랑을 느끼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겨요”

출처=컨슈머치.
출처=컨슈머치.

하지만 이 몇 가지 조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부부 관계에 있다는 것이 이 소장의 결론이다. 그러면서 행복한 부부관계의 첫 걸음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

“부부는 서로 원하는 언어가 달라요. 부부가 서로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이 육아의 첫 걸음이자 모든 것이죠. 남편의 언어가 인정이라면 아내의 언어는 사랑이죠. 아내들은 남편의 인정 욕구를 채워줘야 하고 남편은 아내가 공감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함을 알아야 해요" 

"사실 좋은 부부 관계가 정립돼 있다면 별 다른 육아 방법은 없어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바로 행복한 부부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이미 많은 부모가 알고 있는 부분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내는 남편이 육아나 가사에 나설 때 “내버려 둬, 내가 할게”라며 문지기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남편이 열심히 돕다가도 “네가 그렇지”, “이럴 줄 알았어” 등의 아내의 피드백에 상처를 받는다.

아내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남편이 육아나 가사를 돕지 않으면 불만이 커진다.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육아는 익숙해지면 잘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아내들은 그 시간을 주지 않아요. 남편들은 칭찬을 기대하는 데 비난의 말만 들으니 아내 눈치만 보게 되죠. 남편을 인정해 주면 남편은 사랑으로 보답해 줄 거예요, 가정을 위해 칭찬해 주시고 기다려 주세요”

그만큼 부부가 서로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소장은 친구같은 아빠, 좋은 아빠가 꿈이라면 반드시 부부 관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때문인지 연구소의 방송 콘텐츠 핵심도 ‘좋은 아빠가 되려면 먼저 좋은 남편이 되라’다. 

“좋은 아빠가 되려는 분들, 좋은 부모가 되려는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부모가 되기 전에 좋은 부부가 되라는 말입니다. 좋은 남편이 먼저 된다면, 이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도록 아내들이 자연스럽게 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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