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사실상 좌초됐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과 현대차 실무진 등 광주형 일자리 협상단은 지난 14~15일 양일간 서울 현대차 본사에서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와 한국노총이 내놓은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의 내용이 앞서 3월 광주 노‧사‧민‧정 협의회에서 공개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 실현을 위한 공동결의문’ 내용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당초 3월에 제시했던 원안의 원칙이 지켜져야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3월 합의안 주요 내용은 ▲주 44시간 근무 ▲연봉 3,500만 원 ▲임단협 5년 유예 ▲임금 상승은 물가상승률만큼 자동 인상 ▲‘회사 경영 방침’에 따른 운영 등의 내용이었다.

현대차 입장에선 3,500만 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임금으로 차량을 생산할 수 있어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고,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임금 상승률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아울러 업계 1위 업체가 지역 경제와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와 일자리 창출이 주요 목표인 현 정부 기조에 맞춰갈 수 있으니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공개된 광주시-한국노총 결의문의 주요 내용은 ▲주 40시간 근무 ▲연봉 3,500만 원 + 특근비 지급 ▲임단협 5년 유예 조항 폐기 ▲임금 상승률은 노조와 임금교섭을 통해 결정 ▲‘노사 책임 경영’ 등으로 기존 합의문과 크게 달라졌다.

또 ▲‘임금교섭과 납품단가를 연동하고, 적정 단가를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원안에는 없던 새로운 조항까지 추가됐다.

업계는 이를 근로자 임금을 올릴 때 협력사 납품 단가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로고(출처=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로고(출처=현대자동차)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반값 임금을 통한 일자리 활성화’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새로운 합의안을 따를 경우, 44시간이던 근무시간이 40시간으로 줄어 생산성이 떨어진 마당에 줄어든 근무 시간인 4시간(주 최대 12시간)은 통상임금의 150%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 근로자를 사용해야 하며, ‘임단협 5년 유예조항’이 폐기돼 임금상승률을 두고 매년 협상을 벌여야 한다. 이는 노조와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또 2대 주주인 현대차조차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책임 경영’이란 조항 탓에 노조가 회사 경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임원을 뽑아 자리에 앉혀야 한다.(노동자 이사제)

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률만큼 납품 원자재의 값을 올려서 줘야 한다. 이는 생산자의 수익성을 보전할 수도 없을뿐더러 생산된 차량의 가격까지 올라가는 악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현대차 노조의 반대가 심한 것도 문제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민주노총과 연계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13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를 방문해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위반이며 한국자동차 산업의 재앙을 불러 올 실패한 투자가 될 것”이라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14일 “3만 조합원의 고용을 위협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총파업 투쟁으로 분쇄할 것”이라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한국지엠 등과도 공동 연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 노조의 전면 파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이 합의한 내용은 완성차 사업자 입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내용”이라며 “더 오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고 해서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에 서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단은 오는 18일까지 실무 협의를 진행해 이견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며, 내년 예산심의 법정 기한인 12월 2일까지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의 사안이 중대한 만큼 예산심의 법정기한 이내에만 타결이 된다면 계수조정을 거쳐 특별사안으로 예산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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