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만든 식탁 GMO의 진실⑦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미국의 심플로트사(社)에서 개발한 GMO 감자 ‘SPS-E12’가 국내 소비자와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까지의 GMO 농산물은 가공식품의 재료로 사용돼 왔지만 이번 GMO 감자는 직접 섭취가 가능하다.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논란이 거세다.

이미 GMO 감자를 수입하고 있는 국가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 해외 GMO 감자 현황

최초의 GMO 감자는 1994년 다국적 종자 기업 몬산토社가 생산한 ‘New Leaf’로 해당 감자는 1997년 미국 및 캐나다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 역시 북미 승인의 영향을 받아 2000년 이 감자를 식품용으로 승인했다.

병충해에 강하도록 유전자를 편집해 상업성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New Leaf’은 1999년에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최대 2만5,000헥타르까지 재배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떨어지는 상업성에 재배가 중단됐고, 이어 감자를 대량으로 이용하는 다국적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GMO 감자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몬산토社는 ‘New Leaf’의 상업화를 철회했다.

유럽의 경우 규제에 막혀 생산을 중단하게 된 케이스다. 독일의 바스프社는 전분 생산을 위해 개발된 ‘Amflora’라는 품종과 감자 역병에 강한 ‘Fortuna’이라는 품종을 개발했다.

Amflora의 경우 2010년 유럽 집행위원회로부터 산업용으로 재배 승인을 받고 스웨덴, 체코, 독일 등 일부 지역에서 재배가 이뤄졌으나, 유럽내 각 회원국의 규제 및 GMO반대로 인해 점차 재배율이 떨어졌고, 현재는 생산되지 않고 있다.

‘Fortuna’의 경우 바스프社가 식용 및 사료용으로 재배 및 상업화 요청을 했으나, 높은 규제 장벽으로 승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출처=innatepotatoes
출처=innatepotatoes

이후 등장한 감자가 내년부터 국내에 수입될 심플로트社의 GMO 감자다. 이 감자는 가공과정에서 갈변 등의 손상이 덜하고, 아스파라긴(asparagine)과 당의 형성을 감소시켜 튀겼을 때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감소시킨 품종이다.

이 감자는 2014년 11월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원(USDA APHIS)으로부터 상업화를 승인받았고, 이듬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식품으로 승인받았다. 이어 2016년 3월 캐나다에서 승인됐으며, 2017년 7월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도 해당 감자를 식품으로 인정했다.

심플로트社의 GMO 감자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이 가능한 감자다. 이 감자의 안전성을 승인한 국가는 미국, 캐나다,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8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 GMO 감자 논란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이처럼 심플로트社의 GMO감자는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세계 주요국으로부터 식품으로 인정받고 재배 및 수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GMO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단체인 푸드 앤드 워터 워치(food & water watch, F&W)의 대표 ‘웨노나 호터’(Wenonah Hauter)는 ‘맥도날드’에 심플로트社의 감자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10만2,000건의 서명과 함께 보냈다.

그는 편지에 “이 감자는 전혀 몸에 좋지 않다”나 “인체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등의 강경한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비자단체인 유기농소비자협회(Organic Consumers Association, OCA)는 심플로트社가 개발한 GMO감자를 두고 “갈변은 감자가 썩어가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라며 “갈변 현상을 없애기 위해 유전자 편집을 사용하는 GMO는 소비자들이 독성 제품을 무의식적으로 섭취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OCA는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Non-GMO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소비자단체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의 이사로 참여 중인 ‘메간 웨스트게이트’(Megan Westgate)는 “일부 생명공학 업체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통해 자사 제품이 GMO가 아닌 것처럼 말하면서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GMO 작물을 수입하는 일본 역시 심플로트社의 GMO 감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11월, 일본의 유전자변형식품 필요없어! 캠페인(遺伝子組み換え食品いらない!キャンペーン) 측은 일본의 감자칩 메이커 ▲칼비 ▲코이케야 ▲야마자키비스켓 ▲하우스식품 ▲야마요시세이카 ▲키쿠스이도 등 6개사에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공개 질문장’을 보낸 바 있다.

이에 6개사 모두 답변을 줬는데, 국내 시장에도 해태가루비를 통해 진출해있는 칼비 측은 “심플로트社의 GMO 감자가 국가 안전성 평가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현재로선 사용할 예정이 없다”고 답했으며, 칼비 외에 5개사 역시 “사용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미 GMO 감자를 승인하고 수입하는 국가에서도 사용을 꺼려하는 이유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탓이 크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GMO 개발자가 책을 출판하고 건강 위험성을 경고하는 만큼 이 감자에 대한 안전성 심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GMO 감자 ‘SPS-E12’ 안전성을 승인한 국가는 미국(2015), 캐나다(2016), 호주/뉴질랜드(2017), 일본(2017), 멕시코(2017), 말레이시아(2018) 등”이라며 “모두 GMO 감자 SPS-E12 개발자인 로멘스 박사가 <판도라의 감자 : 최악의 GMO>라는 책을 출판해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승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GMO 감자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충분히 해소될 때까지 GMO 감자를 식품으로 승인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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