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자 표기 그래서 안전한가요⑦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결과 보다는 과정을 보라. 

살면서 자주 체감할 수 있는 말이다. 결과만 보면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과정을 살피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과정에 관심을 갖기는 힘들다. 과정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산란일자 표시제’는 꼭 한 번 과정을 들여다 봤으면 하는 문제다.

산란일자 표시제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달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다. 달걀 껍데기(난각)에 산란일을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만약 내가 마트에서 달걀에 각기 다른 산란일이 표시돼 있다면 당연히 가장 최근 날짜가 적힌 달걀을 고를 것이다.

이렇게 이 제도는 자연스럽게 최근에 낳은 달걀일수록 신선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 양계업계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산란일이 달걀의 신선도를 보장할 수 없다."

대신에 전문가들은 달걀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라고 말한다. 

온도 관리만 잘하면 20일된 달걀도 마치 2~3일 된 달걀과 같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신선도를 좌우하는 온도 관리는 미흡한 상황이라면서 산란일을 관리할 것이 아니라, 유통 중 온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았다.

달걀 유통 중에 산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수집판매업체나 상인들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냉장차를 운영할 여력이 없다는 것. 즉 대부분 상온에서 유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온 유통이 ‘불법’은 아니다. 다만 품질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상온에서 유통된 달걀의 유통기한(8주)은 저온으로 관리된 달걀(20주)에 비해 2배 이상 짧다.

중간 유통 과정만 문제삼을 것도 아니다. 소매점에서도 상온에 진열돼 판매 중인 달걀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달걀 구입 전, 유통 과정을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또 추가로 유통 이력을 표시하는 난각코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직접 깨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누가, 마트에서 달걀의 신선도를 확인해 보겠다며 이런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을까? 양계농가가 산란일 표기보다 ‘냉장 유통 체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 달걀을 철저하게 ‘저온’ 상태로 관리, 유통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언제쯤 선진국 수준의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까.

정부는 반복되는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잃어버린 달걀에 대한 신뢰를 재빨리 회복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기에 최대한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물론 업계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책이었지만, 국민을 위해 시작한 제도라면 살충제 달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신선한 달걀 공급을 위한 유통 환경 개선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산란일자 표시제가 계도기간을 마치고 시행되면 모든 달걀에 산란일자가 표시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어떻게 운반되고, 어떻게 보관되는지는 알지 못한 채 단순히 가장 최근에 낳은 달걀만 찾게 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유통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적어도 산란일자에 대해 맹신해서는 안되고, 보관 상태라도 확인해 신선한 달걀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보이는 것만 믿으면 탈이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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