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험료가 오른 이유①

출처=금융감독원 공식 블로그.
출처=금융감독원 공식 블로그.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보험은 미래에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다.

그런데 보험의 목적과 맞지 않게 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하기 위한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 보험금을 받으려 고의적인 보험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와 관련 없는 차량파손을 보험으로 수리하는 등 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사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무려 96년 전에도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가 있었다. 그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사기라고 한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923년 8월, 수원군 마도면에 사는 이 모씨가 처가 병이 중해 위독한 것을 알고 다른 여자를 이 씨의 처인 것처럼 꾸며 양로보험 5,000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 이 씨의 처가 사망하지 않아 허위로 사망 신고를 한 후 5,000원을 편취했고, 이가 발각돼 법정에서 징역형을 받은 사건이다.

이 같이 보험금을 노릴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후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키는 등의 행위는 경성사기(hard fraud)라고 한다. 경성사기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살인, 방화 등 중대범죄부터 고의 자동차사고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반대로 연성사기(soft fraud)는 보험사고 시 피해를 과장하는 행위 등이다. 예컨대 사고와 무관한 부분을 수리하고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하는 등이 그 대상이다.

거의 1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보험사기는 오는 날까지 이어져 보험사기의 수법은 점점 지능화되고 조직화되고 있으며 보험사기 건수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갱신 중이다.

■지난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 4,000억…앞으론 더 심각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약 4,000억 원으로 전년인 2017년 보다 보험사기 금액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이미 역대 최고치였다.

출처=보험개발원.
출처=보험개발원.

2017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302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10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사기금액은 크게 늘었다.

2007년에는 불과 2,045억 원으로 2017년과 비교하면 3.57배 가량 차이가 난다.

10년 동안의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연평균 13.6%씩 늘었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치매보험도 보험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보험사기가 조직화, 전문화 되고 있는 만큼 보험사기 기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보험사기 90% 이상 ‘손해보험’

특히 보험사기는 손해보험에서 자주 발생해 손해보험사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보험사기의 약 90%가 손해보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손해보험 사기는 90.5%(3,622억 원), 생명보험 사기는 9.5%(378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허위·과다 입원 및 사고내용 조작 등이 전체의 71.3%(2,851억 원)을 차지했고 정비공장 과장청구 등 자동차보험 피해과장 유형(302억 원)은 지난해보다 31.3% 늘었다. 자살·방화·고의충돌 등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형태(571억 원)도 27.9% 증가했다.

보험사기가 많은 손해보험 중에서는 자동차보험, 장기손해보험 순으로 보험사기가 많이 발생했다.

출처=보험개발원.
출처=보험개발원.

2017년 적발된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총 3,207억8,000만 원으로 전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의 절반(43.9%)에 가까웠다.

장기손해보험도 이와 비슷했다. 2017년 기준 장기손해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총 3,045억6,900만 원으로 전체의 41.7%를 차지해 비중이 컸다.

나머지 화재보험이나 해상, 특종 관련 보험의 경우는 모두 합쳐도 5%에 못 미쳤다.

이와 관련해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장기손해보험에서 보험 사기가 발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실손의료보험 관련 보험사 증가의 영향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장기손해보험의 보험사기 비율은 37.1%였으나 최근 41.7%까지 증가했다.

■ 줄줄 새는 보험금, 선량한 소비자만 ‘피해’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등의 위 같은 통계는 그야 말로 드러난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고 사실 숨겨져 있고 외부로 나타나지 않은 보험사기 금액은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즉, 현황으로 조사된 내용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출처=금융감독원 공식 블로그.
출처=금융감독원 공식 블로그.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보험사기 추정금액은 2014년 기준 약 4조5,455억 원이다. 

2017년 실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302억 원으로 2014년 보험사기 추정금액의 16.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보험업계가 연간 전체 보험사기 금액을 최대 10조 원으로 추측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2017년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대에 그친다.

선량한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보험사기들이 보험료 인상을 부추기는 큰 요인이 된다. 즉,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험사기 때문에 다수의 보험계약자가 받는 불이익이 크다는 말이다.

변혜원, 김석영 보험연구원 위원은 “보험사기는 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통해 손해율을 높이고 결국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를 인상시킴으로써 다른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경고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 사기로 인해 늘어난 보험금 지급액은 일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기가 밝혀지면 보험가입자는 할증 같은 부담을 지지 않고 보험사도 소송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나 돌려받지 못한 보험금이나 소송 비용 등이 쌓이면 이 역시 보험사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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