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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사기 보다 보험사 사기가 더 중요“
[인터뷰]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사기 보다 보험사 사기가 더 중요“
  • 송수연 기자
  • 승인 2019.05.16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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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험료가 오른 이유⑪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보험사기 적발 규모가 매년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기가 어려울수록 보험사기는 더욱 활개를 친다는데, 보험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은 고질병이 돼 버린 보험사기를 근절해야 한다며 적발 규모 공시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이러한 금융당국의 모습에 못내 아쉬움을 토로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사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험사 사기’인데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나 조치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라는 점에서다.

<컨슈머치>는 오세헌 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험사기와 소비자, 보험사 사기와 소비자 각각의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오세헌 국장은 보험회사에서 30년 동안 몸담은 보험 전문가로 은퇴 후 금융소비자원에서 소비자의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Q. 2016년 보험사기 특별법의 제정에도 보험사기가 줄고 있지 않고 오히려 매년 늘고 있는데요. 원인은 무엇입니까?

첫째, 보험가입자들이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보험사기가 줄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불경기 장기화, 기업의 파산, 구조 조정 등으로 조기 퇴직, 일자리가 축소돼 생활비가 부족하므로 한탕하려는 심리가 확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은 사행성이 일부 포함된 제도이므로 이를 악용해서 금전을 편취하려는 것입니다.

둘째, 보험제도를 악용하는 자들 때문입니다.

보험사기는 주로 자동차 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에서 발생하고 있으므로 교통사고 전문병원들이 보험사기 근원지가 됩니다. 사무장병원과 일부 지역의 한방병원들도 지목되고 있고요.

이들의 특징은 단기간에 개·폐업을 반복하면서 법망을 피해 보험사기를 반복합니다. 또 브로커를 고용해서 다양한 방법을 저지를뿐 아니라 경미한 환자를 입원한 것처럼 꾸미고 입원기간을 부풀려 보험금을 타내는 등 나이롱환자와 병원간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Q. 보험사기 처벌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보는지?

현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따라 보험사기범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형량이 강화됐습니다.

처벌이 강할수록 보험사기 근절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험사기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강력한 중징계가 필요하나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다보면 무작정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엄한 처벌로 소위 ‘걸리면 끝장’임을 실제로 보여준다면 상습적인 보험사기범들의 한탕주의가 줄어듭니다.

Q. 계획적인 보험사기가 아니더라도 보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한 몫 할 듯한데요.

“보험금은 타는 놈이 임자. 못타면 바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남아 있습니다.

보험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됩니다. 잘못된 것이므로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합니다. 보험은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됩니다.

과잉진료는 실손의료보험에서 비급여로 병의원들이 행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과잉 정비는 자동차보험에서 정비소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돈벌이를 위해 보험제도를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것입니다.

과잉진료나 과잉정비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됩니다. 사전에 실효성 있게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Q.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재정비가 해결책이 될까요?

특별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도래하고 있지만 보험사기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은 법으로 해결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즉, 특별법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얘깁니다.

국민 인식과의 의식이 변화가 선행돼야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험사기는 ‘공공의 적’이고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보험사기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보험사기범으로 판명된 자는 향후 일체 보험 가입을 금지시키고 기존계약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제로 불이익을 체감해야 달라집니다.

과잉정비 및 과잉진료를 막을 방법을 찾는 것도 시급해 보입니다.

Q.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대한 한계를 지적해주셨는데, 혹시 이 특별법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나요?

특별법이 보험사기를 줄이는 순작용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특별법은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므로 보험사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옥죄는 법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특별법은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소비자 보호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는 보험사기특별법을 빙자해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는 용도로 악용할 수 있어요. 특별법은 명백한 보험사기 우려가 있는 경우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거절이나 지연을 허용하도록 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보험사들이 특별법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선량한 가입자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Q. 특별법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직접 상당하신 경험도 있으신지요.

물론이죠.

약 2년 전쯤에 있었던 일이고요, 보험가입자가 보험사 횡포에 휘말려서 보험사기범으로 몰려 온갖 고초를 겪은 사연입니다. 보험가입자는 보험사기가 아니라는 무혐의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억울함을 하소연했었죠.

당시 상담을 요청해 온 소비자는 온양에 거주하는 A씨였습니다. A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병원에 자주 입원했는데, 이를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급기야 A씨를 보험사기범으로 형사 고소해 재판까지 받게 됐다고도 했죠. A씨는 여러 법적 절차 끝에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여전히 미루고 죄인 취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A씨는 못 받은 보험금도 문제지만, 그동안 보험사의 행태가 괘씸해 처절한 복수(응징)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까지 했을까요?

Q. 보험사기가 감소하면 소비자에게 환원되는 혜택도 기대가 되는데요.

보험사기가 줄어들면 2가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첫재로 보험료 인상 요인이 적어지는 것이므로 소비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줄게 됩니다.

둘째로는 보험제도의 건전한 운영이 가능하여 보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되고 신뢰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러나 보험사기가 줄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해당 금액을 다른 가입자에게 당장 돌려주지 않습니다.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별도 제공하는 다른 혜택도 뚜렷하게 없습니다.

보험사들은 절약된 금액만큼 이익으로 계상해 보험사 주주에게 지급할 것이므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보험료 인상 억제 말고는 딱히 보이는 게 없습니다.

Q. 보험사가 부당하게 보험금 지급하지 않는 것도 사기 아닌가요?

그렇죠. 사기입니다.

보험사기는 보험사와 금감원이 툭하면 실적 자랑하듯 보험사기 적발과 처벌 결과를 발표하고 있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소비자에게 더 중요한 ‘보험사 사기’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보험사 사기’란 보험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몫인 보험금을 거절하거나 삭감 지급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보험사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일인데, 이에 대해 아무도 지적하거나 적발하지 않습니다.

Q. 보험사 사기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보험사 사기의 대표적인 유형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보험약관의 자의적 해석으로 보험금 거절 또는 삭감 ▲보험사 자문의 소견서 악용 ▲화해신청서 작성요구 ▲재청구 포기각서 징구 ▲보험금 덜 주도록 보상팀 임직원의 KPI(성과평가지표) 적용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남발 ▲위탁손해사정사 제도 악용 등은 모두 보험사 사기에 해당됩니다.

보험사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방법을 고의적으로 악용하며 정당한 보험금을 떼먹거나 삭감 지급해서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보험감독규정에서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체 또는 거절하거나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한 보험회사에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부과할 수 있다’라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부과한다’라는 강제 규정입니다.

사정은 이런데 보험금을 안줘서 처벌받은 보험사는 없습니다.

Q.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아 불만인 소비자들은 얼마나 되나요?

2017년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금 산정 및 지급` 관련 소비자 민원만 1만7,033건입니다. 특히 손해보험 민원 가운데 약 절반(46%)은 보험금 관련 민원입니다.

특별법이 시행(2016년 9월) 후 3년이 경과됐지만, 금감원과 금융위가 이를 근거로 보험사에 과태료를 매긴 적이 한 건도 없고 형사 처벌한 사례도 전무합니다.

금융위는 “특별법을 어긴 보험사가 없었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설득력이 없습니다. 보험금 관련 1만7,000건의 민원을 더 이상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가 아니라 보험사 보호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대목입니다.

Q. 보험사 사기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감원, 금융위는 칼 차고 보초만 설 것이 아니라 밥값을 해야 합니다. 입으로만 소비자 보호를 외치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 실행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겐 보험사기가 아니라 보험사 사기가 더 중요합니다.

보험사 사기가 횡행하는데도 당국이 모르쇠하며 방치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가 아니라 보험사를 보호하는 것이고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당국에 원하는 것은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안심하고 보험을 가입해서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보험사를 관리, 감독해서 보험금을 정당하게 지급하도록 조치해 달라는 것입니다. 당국이 진정으로 소비자 보호에 대한 의지가 있고 역량이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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