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보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일본 내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만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이번 사안이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닌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노력과는 별개로 한계점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민항기를 타고 일본으로 출장에 나섰다. 최근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급히 일본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이 부회장이 일본 정부 관계자나 이번 규제 대상이 된 기업인들과 만나 현황 및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번 보복성 수출 규제의 주체인 일본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며, 현재 피해 기업들 역시 피해자인 만큼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업계는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 때부터 구축한 일본 재계 인맥을 통해 현지 원로와 기업인 등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조언을 듣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으로 긴급 출장에 나섰다.(출처=YTN뉴스 영상 캡처)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으로 긴급 출장에 나섰다.(출처=YTN뉴스 영상 캡처)

한편,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급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도 예상보다 심각한 현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타개하기 위한 발걸음인 셈이다.

앞서 1일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재료다. 에칭가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 과정에서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소재이며, 리지스트는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사용되는 감광재로 세 가지 소재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업계는 일본정부의 수출 규제로 소재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영업이익 중 76%가 반도체사업에서 발생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소재인 에칭가스의 경우 삼성이 약 한달 버틸 분량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칭가스 수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는 생산량을 줄여야하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황이 엄중한 만큼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당장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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