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환자가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로 대동맥이 손상돼 사망하자 유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40대 여성 A씨는 자궁선근증으로 한 병원을 방문해 복강경하에 자궁과 난소 적출술을 받기로 했다.

의료진은 A씨에게 복강경 수술 취입기 바늘인 베레스니들(Veress Needle)을 삽입했고, 이때 A씨에게 갑작스러운 혈압 저하가 발생해 동맥 천공 의심하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이후 개복해 우측 총장골동맥에 0.3cm 파열을 확인하고 흉부·혈관외과와 협조해 혈관을 봉합했다.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진 A씨는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대량 출혈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의료진이 수술 시 부주의해 바늘이 동맥을 파열시켰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후복막 혈관 구조인 대동맥이 전 복벽에 의해 가려져 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정확한 출혈 부위를 찾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투관침 삽입에 의한 대혈관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기구가 베레스 니들이며 망인에게도 여타 복강경 수술과 동일한 방법을 통해 이를 삽입했으나 베레스니들 1cm 삽입 직후 대혈관 손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혈관, 동맥 (출처=PIXABAY)
혈관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병원 측은 망인(A씨) 유족에게 손해배상으로 1억8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원만한 합의를 이끌었다. 

망인의 우측 총장골동맥 손상은 의료진이 A씨 복벽에 바늘을 삽입한 직후에 나타나 수술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했을 가능성이 없고, 그 발생 부위도 바늘 삽입과 연관됐다고 볼 수 있는 부위다.

복강경 수술의 합병증에는 침의 삽입으로 인한 혈관손상이 있으며, 이러한 혈관손상은 바늘의 복벽 삽입시 ▲과도한 힘의 사용 ▲골반내 혈관에 대한 해부학적 이해 부족 ▲수술자의 경험 부족 등에 의해 대부분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소비자원 전문위원은 이와 같은 혈관 손상은 불가항력적인 합병증이라기보다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 있는 합병증이라고 전했다.

또한, 망인에게 수술 전 혈관 손상을 초래할 만한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의료진이 수술 전 망인의 마른 체형으로 혈관 손상 가능성을 예상했다면 다른 방법의 기복 형성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망인의 총장골동맥의 손상은 의료진의 침 삽입시 복벽이 충분히 들어올려지지 않았거나, 침을 삽입할 때 한쪽으로 치우쳤거나 과도한 힘이 한꺼번에 전달되는 등 최선의 주의를 다하지 못한 결과로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나아가, 침 삽입으로 인해 혈관 손상이 발생했다면 삽입된 침은 감염과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대로 두고 손상 혈관 부위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제출된 의무기록에서 의료진이 망인의 혈관 손상 부위를 확인해 봉합하기까지 약 2시간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보여 효과적인 지혈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병원 측은 복강경 수술 상 과실로 인한 망인의 사망에 대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한편,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보면, 제출된 ‘복강경 수술 동의서’에는 수술의 방법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으로 ▲출혈 ▲감염 ▲통증 ▲주변 장기 손상 등에 관해 수기로 설명한 흔적과 망인의 자필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복강경에 고유한 수술 합병증으로 베레스니들이나 투관침 삽입에 의해 주요혈관의 천공 가능성과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대한 기재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의학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인 망인이 충분한 설명을 제공받아 수술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병원 측은 설명의무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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