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을 진단받은 소비자가 의료진이 적절한 시기에 상급 병원으로 전원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운전 중 갑자기 언어장애와 좌측 안면마비가 발생한 A씨는 한 병원에서 신경낭미충증(뇌 속 기생충 감염) 및 뇌경색 의심 소견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입원 사흘째, A씨는 좌측 팔의 근력저하 증상이 심해져 추가 검사를 시행했고, 우측 중대뇌동맥 경색으로 진단받아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를 받았다. 

재활치료를 받던 A씨는 새롭게 발생한 보행 장애로 타 대학병원에 방문했고, 좌측 뇌경색으로 진단 받아 보존적·재활치료를 시행한 후 현재 집에서 요양 중이다.

A씨는 당시 병원 의료진이 치료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빨리 전원 조치를 하지 않아 적절한 시기에 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병원 측에 1억5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A씨가 처음 내원했을 시 시행한 CT와 MRI 검사상 신경낭미충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초 응급실에서 A씨 보호자에게 신경낭미충증을 설명했으나 이후 신경과에서는 뇌경색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해 이 또한 충분히 설명했고 이에 상응하는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했으므로 오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본원은 급성 뇌경색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나 혈관중재술의 경우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이 요구되며 이는 주치의의 판단 하에 이뤄져야 하므로 회진 시 추가적 증상 악화가 관찰돼 전원을 했으므로 전원은 지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 경우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아 항혈소판제의 충분한 투여에도 불구하고 병변이 확장된 것으로 보이므로, A씨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뇌 (출처=PIXABAY)
뇌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병원 측은 A씨에게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한국소비자원 위원회는 A씨가 입원 당시 시행한 영상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형적인 뇌경색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고, 낭성 병변에 대한 감별진단으로 신경낭미충증이 의심 가능하다고 전했다. 

따라서 뇌경색과 신경낭미충증 의심 소견에 따라 구충제, 항혈소판제를 투여한 의료진의 조치는 적절했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씨에게 좌측 뇌경색이 발생한 점에 비춰 볼 때, A씨의 상태 악화와 장애 발생은 질병의 자연 경과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어 의료진에게 진료 과정상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A씨와 같이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뇌경색의 경우 항혈전제 치료 이외에도 정맥내 혈전용해제 치료 또는 상급병원으로 전원한 후 동맥내 혈전제거술이 고려될 수 있다.

이에 의료진은 A씨에게 각 치료에 따른 장·단점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A씨로 하여금 각 치료방법에 따른 효과 내지 위험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제출된 의무기록상 이와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고,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병원 측은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진료과정상의 과실과 동일시 할 정도의 것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어 병원 측의 책임은 위자료로 한정한다.

그 액수는 ▲뇌경색에 대해 조기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했다 하더라도 출혈과 같은 중대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예후가 좋았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동맥 내 혈전제거술도 측부 순 환이 충분한 만성 폐색의 경우 시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점 ▲A씨 나이 ▲기왕력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 정도 등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00만 원으로 산정한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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