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충전소 사고 시 피해자 구제책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올라가는 현상에서 비롯되는데, 지하주차장 등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차량이 밀집돼 있어 2차 화재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방차 진입도 어렵고 인화성 유독가스 발생 등으로 지상보다 화재진압이 힘들어 인명·재산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전기차, 친환경차, 자동차, 충전, 충전소(출처=PIXABAY)
전기차, 친환경차, 자동차, 충전, 충전소(출처=PIXABAY)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전기차 충전소 사고는 사업자의 배상 자력(배상액 부담능력)을 사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서 "영업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니고, 가입했더라도 사업자의 과실이 없으면 피해자를 구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국에 ‘무과실책임보험 의무화’ 등 구체적인 피해자 구제 방안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수소차 등 국내 친환경차 등록대수는 40% 가까이 증가해 누적등록 대수가 150만 대를 돌파했다. 이중 전기차는 39만 대로 2021년 대비 68.4%(15만8000대)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기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방침에 따라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2018년 전기차 충전기는 2만7200기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9만1514기로 급증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피해자 구제 방안이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소는 보험가입이 의무가 아니어서, 충전소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상황이다. 영업배상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주유소, LPG 충전소, 수소충전소 등과 대비된다. 

따라서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전기차 충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없다. 

더욱이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업자 과실이 있는 사고에 한해서만 피해를 보장한다. 

주유소의 재난안전의무보험은 대인 1억5000만 원, 대물 10억 원이 보장된다. LPG 충전소와 수소충전소의 가스사고 배상책임보험은 대인 8000만 원, 대물 3억 원이 사고가 발생하면 지급된다. 심지어 주유소 재난배상책임보험은 사업자의 책임이 불명확한 사고까지 보상하는 무과실 책임주의를 적용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소비자주권은 "보험을 통해 사업자의 배상 자력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은 물론, 무과실 사고에 대해서도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보험 또는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도 「전기차 충전소 사고의 피해자 구제 방안」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 사고는 책임소재 규명이 어려운 반면, 피해자와 피해 내용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에 방점을 둔 무과실책임보험 의무화가 적합하다고 한 바 있다.

더불어 전기차 충전소를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의무보험 가입 대상 재난 취약 시설에 추가하거나 「전기안전 관리법」에 사업자의 보험가입을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산업의 외형적인 성과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안전 대책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면서 "전기차 충전소 무과실책임배상보험 의무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전기안전 관리법」 내 사업자 보험가입을 명시하는 등 피해자 보상체계 확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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