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피처폰으로 충분" 젊은층 "스마트폰 일상 방해"

 

 2009년 11월 아이폰 국내 출시 이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약 2500만명.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더욱이 국내 휴대폰 시장은 3세대(3G)스마트폰 시장에서 LTE스마트폰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달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스마트폰 판매량이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앱들을 갈아타며 정보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 반드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휴대전화로도 충분해"-거꾸로 걷는 사람들
 
'피처폰'(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은 40대 이상 중년층에서 꾸준히 환영받고 있다. 50대 중반 전업 주부인 A(54)씨는 주변의 스마트폰 찬양을 이해할 수 없다. 가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 스마트폰을 "살까?" 싶다가도 1년 전께 딸이 선물한 터치폰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A씨는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 받는데 불편한 게 없다. 다른 기능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스마트폰족 대열에서 벗어난 10대들도 있다. 40대 후반의 기업체 중역 B(47)씨는 스마트폰의 데이터 요금도 만만찮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틈만 나면 소셜네트워크게임(SNG)에 접속하는 아들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켜보다 못한 B씨는 결국 스마트폰 대신 일반 휴대전화를 아들 손에 쥐어주었다. 
 
스마트폰은 10대들의 생활 속으로도 이미 깊숙이 침투했다. 업계에 따르면, 10대 스마트폰 이용자는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중 50%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왕따를 당할 지경이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B씨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들의 생활을 통제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고마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를 내버려둬"-SNS 접촉 피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의사소통은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의사소통의 통로로 활용 되면서 시도 때도 없는 '네트워크 접촉'에 시달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카카오톡에 가입한 회사원 A(30)씨는 카카오톡을 탈퇴했다. 무료여서 '얼씨구나'하고 가입했더니 굳이 받지 않아도 될 문자가 끊임없이 들어와 일에 집중할 수가 없고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메시지 수신 알림 기능을 꺼놓지 않는 날에는 피로감이 더 심해진다. 그룹 채팅방에 초대라도 받는 날에는 스마트폰이 수십 번씩 울린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장품 업체에서 일하는 C씨는 전사적으로 SNS를 업무에 활용하라는 지침에 따라 페이스북에 가입했지만 정보의 바다에 익사할 지경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제품, 이벤트 등에 대한 반응이 빨라졌고 응대량도 부쩍 늘었다. 평소 SNS를 즐겨 이용하던 C씨이건만 SNS 업무에 이미 지쳐버렸다. C씨는 "페이스북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정신이 멍해질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퇴근이 퇴근이 아니야"-높아진 노동 강도 
 
인터넷 업체에 다니는 D(35)씨는 회사 밖을 벗어나도 업무의 연속이다. 외근 중이거나 주말에 스마트폰으로 회사 메일을 확인하고 발송하는 일도 부쩍 늘어났다. 길을 걷다가 업무 관련 문의전화를 받을 때 가끔 통신장애로 전화가 끊어지면 오히려 감사할 정도다. D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보다 업무 스트레스가 더 늘어났다"면서 "일반 휴대전화를 쓰자니 업무 능력 저하가 우려돼 고민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건설업체에 다니는 A(33)씨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일처리는 빨라졌다"면서도 "실시간으로 건설현장을 관리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해야 해 힘겨울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앞으로 기업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오피스 근무환경 구축에 따라 업무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바일 오피스는 어디에서나 업무를 공유할 수 있어 업무속도가 빨라지고 급한 업무 처리에 용이하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퇴근 후나 주말에도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돼 업무시간이 증가될 수 있다. 
 
최근 시트릭스는 2015년 세계 기업 중 93%가 모바일기기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이 모바일기기로 기업 중앙 서버의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업무를 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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