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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레몬법 '내년 시행'…전문가 "빛 좋은 개살구"
한국판 레몬법 '내년 시행'…전문가 "빛 좋은 개살구"
  • 김현우 기자
  • 승인 2018.05.0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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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교수 "징벌적 배상제도 등 법적 장치 부족, 보여주기식 법안"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한국판 레몬법이라고 불리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구)이 대표발의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는 ‘신차구입 1년 이내 중대한 하자 3회 또는 일반 하자 4회가 발견된 경우 교환‧환불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어, 신차를 구입하는 경우에 중대하자가 발생하면 교환·환불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인도일로부터 6개월 이내 발견된 하자는 인도된 때부터 존재한 것으로 추정’이라는 조항을 둬 소비자 입증 책임을 일부 완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조인 미국 레몬법과 한국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비교했을 때, 이번 개정안을 레몬법이라 칭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美 ‘레몬법’ 어떤 법이길래?

레몬법이란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불량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으로 1975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했으며, 현재 유럽연합,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에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레몬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냄새는 좋지만 막상 먹어보면 신맛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레몬의 특성에서 착안한 것이다. 새 제품을 샀을 때 겉은 화려하지만 문제가 많아 정비를 자주 받을 경우 ‘겉만 번지르르한 레몬 같은 제품’에 관한 법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법에 따르면 새로 산 차에 수리할 수 없는 문제가 발견됐을 경우 제조사는 이를 30일 이내 해결해야하며, 구입 1개월 후 가시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 레몬카로 분류해 보호를 받는다.

아울러 통상 2년 수준의 보증기간 내에 안전과 관련된 동일 하자로 2회 이상 수리한 경우 혹은 일반 고장으로 4회 이상 수리한 경우 레몬법 적용를 받아 새차로 교환하거나 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경우 징벌적 배상제도가 존재하는데 이 법이 적용될 경우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구입가의 2배를 배상해야 한다.

▶韓·美 법안 차이…"법 적용 쉽지 않을 것" 예상

내년 시행될 국내판 레몬법은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적용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말했듯 국내의 경우 ‘중대한 하자 3회 또는 일반 하자 4회’가 발생한 경우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 미국의 2회(안전과 관련된)에 비해서 조건이 까다롭다.

차량에 있어 중대한 하자로 분류되는 경우는 대부분 운전자 신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비 내리는 밤길을 빠른 속도로 주행하던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서 차량 통제가 어려워지는 경우 등이 있다.

예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는 크게 다칠 가능성이 있는데, 국내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이런 중대한 하자를 세 번이나 겪어야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정용기 의원 측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국내와 시장상황 등이 다른 만큼 미국 법안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 때문에 국내 사정에 맞춰서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국판 레몬법, 법적 장치 없으면 유명무실”

설령 죽을 고비를 넘겼다하더라도 소비자가 결함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 비해 블랙박스나 모바일기기 등에 많은 발전이 있어 자동차 결함 증상을 증거로 확보하는 것이 용이해졌다고는 하지만 실제 사고 발생 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 정확하면서도 객관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소비자는 드물 것이다.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국내 제조사에서 소비자에게 귀책사유를 넘기는 경우 소비자는 이를 다시 증명해야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레몬법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려면 징벌적 배상제도와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는 것이 아닌 제조사가 입증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차량 결함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가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에서 차량에 문제가 없음을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소비자가 이를 직접 증명해 제조사에 손해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이어 김 교수는 국내법에 제조사에 많은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법안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력한 징벌적 배상제도가 존재하는 미국은 디젤게이트 사건 발생 당시 폭스바겐에 148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반면, 한국은 178억 원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제조사에 강력한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조사를 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현재 국회를 통과한 레몬법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정 의원 측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세부 시행령, 시행규칙 등이 관련 부처에서 개정되고 있는 단계다”라며 “국내에 없었던 법안인 만큼 시행령 집행 이후 수정 보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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